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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다시 시동걸린 글로벌 통화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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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다시 시동걸린 글로벌 통화완화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거나 통화완화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이 3년반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7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라질도 지난달에 이어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신용대출 확대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1년째 동결했지만 조만간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3년반만에 기준금리 0.25%P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인민은행은 8일부터 기준금리 성격인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 적용한다고 7일 밝혔다. 중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3년반만이다.

인민은행은 또 금융기관의 예금금리 적용 상한을 기준금리의 1.1배, 대출금리 하한을 0.8배로 각각 정했다.

중국이 3년반만에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경기부양이 절실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8%대 `안정 성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유럽 공포'를 체험하고 있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4로 전월의 53.3보다 2.9 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 PMI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하다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PMI가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결정에 보탬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9일 발표 예정인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예측기관들은 5월 CPI가 3.2%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맥없이 추락하고 있는 증시 상황도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를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금리인하를 통해 증시를 살려보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일 16.43포인트(0.71%) 하락한 2,293.13을 기록하며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수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선전성분지수는 57.34포인트(0.58%) 내린 9,755.64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은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등 소극적인 대책만 내놓지 말고 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기준금리 인하가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고 증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달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를 하향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중자금의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야링 중국은행 연구원은 "금리 인하의 증시 부양 효과를 기대하지만 금리 인하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유동성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추가 금리인하 분위기 고조

브라질 정부가 인플레율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인플레율 안정세에 따라 더 유연한 통화정책이 가능해졌다"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신용대출 확대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열린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9%에서 8.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8.5%는 중앙은행이 1999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브라질의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6%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베네수엘라(15.65%)와 아르헨티나(9%)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브라질의 실질금리 역시 러시아(4.3%)와 중국(3.1%)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2.8%다. 브라질 다음으로는 호주 2.1%, 콜롬비아 1.8%, 칠레 1.5%, 헝가리와 인도네시아 1.2%, 말레이시아와 멕시코 1.1% 등이다.

브라질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는 물가 동향에 달려 있다.

올해 월간 인플레율은 1월 0.56%, 2월 0.45%, 3월 0.21%, 4월 0.64%, 5월 0.36%를 기록했다. 0.36%는 5월 기준으로 2007년 5월의 0.28%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1~5월 인플레율은 2.2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1%에 비해 1.47%포인트 낮았다. 5월까지 12개월 인플레율은 4.99%로 집계돼 2010년 9월까지의 12개월 인플레율 4.7%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정부는 연간 인플레율 억제 목표치를 4.5%로 설정하고 ±2%포인트의 허용한도를 두고 있다. 억제 상한선이 6.5%라는 얘기다. 지난해 연간 인플레율은 6.5%로 2004년의 7.6%에 이어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연간 인플레율은 4.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신중하게 금리인하 검토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금리를 묶었으나 하반기에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BOE는 7일(현지시간) 금융정책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 확대 조치를 보류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 금리를 2009년 3월 이후 40개월째 0.5%로 동결했다. 아울러 예상됐던 경기침체 탈출을 위한 추가적인 양적 완화 조치도 유보했다.

당초 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처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5월 서비스 부문 실적이 소폭 개선되는 등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BOE는 올해 1분기까지 3천250억 파운드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는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영국 경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영국 정부에 대해 침체상황 극복을 위한 금리인하 등 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했다.

ECB는 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7월에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할 뜻을 갖고 있지만 이미 초저금리 수준인데다 추가적인 완화정책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고민하는 듯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일(현지시간) "금융불안이 심화할 경우 미 금융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유럽 상황이 국내 금융,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면밀하게 관찰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이달 말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3차 양적완화(QE3) 등 경기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만약 (이번 FOMC 회의에서)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정한다면 당연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신중론'을 견지했다.

앞서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도 전날 보스턴에서 열린 한 만찬행사에서 "FOMC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통화완화책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2011년 4분기에 3.0%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 애초 2.2%로 낮아졌고 지난달 1.9%로 하향 조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 연내 금리인하 동참 전망

한국은행도 최근 유로존 불안 등을 반영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긴축에 가까운 중립을 유지하는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고, 물가 상승의 위험이 낮아지면서 무게 중심을 경기 부양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외 여건이 당초 한은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면서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시기를 이미 놓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해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올린 이후 11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 정상화(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 인하에 확신을 줄 정도의 시그널을 보일 가능성은 적지만 7~8월 정도 선진국의 정책 강도를 보면서 금통위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