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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전기먹는 하마는 셋톱박스…TV의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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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전기먹는 하마는 셋톱박스…TV의 10배

TV와 연결해 사용하는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이 TV에 비해 거의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기제품이 소비하는 전력으로,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고도 불린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지난해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전국 105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대기전력을 실측한 결과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는 셋톱박스(12.3와트)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인터넷 모뎀(6.0와트), 스탠드형 에어컨(5.8와트), 보일러(5.8와트), 오디오 스피커(5.6와트), 홈시어터(5.1와트), 비디오(4.9와트), 오디오 컴포넌트(4.4와트), 유무선 공유기(4.0와트), DVD(3.7와트) 등이 대기전력이 높은 10대 가전기기 안에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대기전력이 낮은 기기는 인터넷전화기(0.20와트), 선풍기(0.22와트), 휴대폰 충전기(0.26와트) 등이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TV는 1.27와트, 전기밥솥은 3.5와트, 전자레인지는 2.2와트, 컴퓨터와 프린터는 각각 2.6와트로 동일한 수준이었다. 비데의 대기전력은 2.2와트였다.

국내 가정에서는 가구당 23.9대의 가전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대기전력을 소비하는 가전기기의 수는 가구당 18.5대로 2003년에 비해 19% 증가했다.

KERI에 따르면 전국의 가정용 대기전력의 총량(순시전력)은 618메가와트(MW)에 달한다. 전국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가 동작하지 않고 플러그만 꽂혀 있어도 500메가와트급 화력발전소 1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의미다.
가구당 대기전력 소비는 연 평균 209킬로와트아워(kWh)로, 이는 가구당 연간 총 전력소비(3400kWh)의 6.1%에 달한다. 한 해 약 4200억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KERI는 대기전력 절감 및 전기요금 절약을 위한 방안으로 ▲쓰지 않는 가전기기 플러그 뽑기 ▲대기전력 차단 멀티탭 사용 ▲에너지절약 마크 제품 구입하기 등의 실천 수칙을 권고했다.

실측조사를 주관한 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 김남균 센터장은 "대기전력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사 요구에 따라 (대기전력이 높은) 저가 제품 중심 빌트인(Built-in)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며 "네트워크 가전이나 스마트 기기는 미래의 대기전력 다소비 품목인만큼 이에 대한 정책과 연구개발(R&D)이 연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