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전력대란 ‘속수무책’

공유
0

[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전력대란 ‘속수무책’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여름철에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우려되는 등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전기 공급능력은 지난해보다 90만kw 늘었지만 최대 전력 수요 증가는 480만k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로 이달 초부터 예비전력 수치가 아슬아슬한 상황인데다 일부 대형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악 전력상황 가정해 21일 훈련 실시

정부는 21일 오후 2시부터 전력수요가 최악인 상태를 가정해 비상 단계별 상황에 따라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최근의 전력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훈련으로 예비전력 수요가 나쁜 상황인 '경계'와 '심각' 등 2단계를 가정해 진행한다.

먼저 이날 오후 2시 전력 예비력이 200만㎾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인 '경계'조치가 발효된다.

훈련이 시작되면 모든 국민은 사전에 배포된 절전행동 요령과 TV, 라디오 훈련실황 방송안내에 따라 절전에 참여한다. 승강기와 지하철, 병원 등 취약시설 32곳에서는 단전대비 비상 대응훈련이 실시된다.

오후 2시 10분에는 예비력이 100만㎾아래로 하락한 상황을 알리는 2차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전력 수요가 가장 나쁜 단계인 '심각'이 발령된다.

시범훈련 대상으로 지정된 7개 대도시 28개 건물에서 실제 단전 훈련이 이뤄진다.

정부는 이번 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예비전력이 400만kW를 밑돌고, 특히 8월 3∼4째 주에는 150만kW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력수요는 총 5단계에 걸쳐 관리되는데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일 때 '준비' 단계에 들어간다. 400만kW 미만부터 100만kW 구간에 들어설 때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각각 대응 수위가 높아진다.

#때이른 무더위에 전력 사용량 급증

지식경제부는 지난 7일 오후 1시 35분께 예비전력이 350만kW로 하락함에 따라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 단계가 내려진 것은 작년 9월 15일 전력대란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월에도 이른 더위 탓에 전력 사용량이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에 따르면 5월 검침일 기준으로 전력판매량이 작년 동월보다 2.6% 증가한 363억9,000만kWh를 기록했다. 이는 철강 등 주요 업종의 수출증가와 이상고온 현상 등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용도별로 전력수요 증가율을 보면 농사용이 12.3%로 가장 높았고 산업용 4.2%, 교육용 2.8%, 일반용 2.5%, 주택용 0.6% 등의 순이었다.

5월 수출은 작년에 비해 철강(6.2%)과 자동차업종(3.7%)을 중심으로 증가했고, 월 평균기온은 14.1도에서 16.5도로 2.4도 올랐다.

전기를 물쓰듯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력 수요가 헤픈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매우 낮은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일본의 40%, 미국의 70%선에 그치고, 생산원가보다도 13%나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석유를 수입해 생산한 전기 값이 석유 값보다 싼 형편이다.

#정부, 전력수급 비상대책 마련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수급 비상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6월1일∼9월21을 전력 수급 비상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전력 수급을 심층적으로 관리키로 했다.

우선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전력 사용 시기를 분산시킨다.

정부는 또 전력 `피크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가동 기간을 자발적으로 조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8월 말에 예비 전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8월 초에 집중된 산업계의 휴가 시기를 중순 이후로 분산하도록 할 방침이다. 피크 시간을 피해 업무를 가동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전력 사용을 줄인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1020원/kwh)를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휴가 시기를 조정하거나 업무 조정이 어려운 정유, 석유화학과 같은 업종에 대해서는 자가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산업계 협조가 이뤄져 확보하는 예비전력은 원자력발전소 4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400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백화점, 호텔 등의 478개의 대형 건물 실내 온도를 26℃ 이상으로 제한하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냉방기 사용실태를 점검해 결과를 인터넷에 게재한다.

이어 공공기관 1만9,000개는 실내 온도를 28℃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피크 시간대인 오후 2∼5시 에어컨을 차례로 중단토록 했다.

이밖에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정장 재킷을 입지 않은 채 근무하도록 환경을 개선한다.

정부는 국내 전력소비량의 9.6%를 차지하는 철강 분야뿐만 아니라 주물, 시멘트, 제지, 섬유, 금속 관련 업체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계 전력대란 대책 마련 부심

산업계는 전력대란이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계는 특히 정부가 발표한 '하계 전력수급 대책' 시행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전력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사업장 내 자체 발전시설의 가동을 적극 독려하고 휴가기간과 조업시간 조정을 통해 전력부하가 분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장의 냉방온도 제한을 적극 준수하고 불필요한 조명을 소등하며 엘리베이터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올 여름 전력대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력이 아예 바닥나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왔던 지난해 9월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 이대로라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7-8월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장기적 전력수급대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절전에 나서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효율적 에너지 공급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가의 수입석유에 의존하는 발전방식에서 자연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방법의 강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