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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특혜 많은 롯데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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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특혜 많은 롯데 좌불안석

[글로벌이코노믹=윤경숙 기자]

이명박 정부(MB정부) 들어 ‘재벌 특혜’ 의혹 속에서 초고속 사세 확장을 거듭해온 롯데그룹의 무한질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롯데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암초에 부딪쳐 무산되거나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롯데쇼핑과 호남석유화확, 케이피케미칼과 같은 주력계열사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그룹 수익구조도 적잖이 흔들리고 있다.

또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인천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그룹 내에선 이 여파가 ‘제2롯데월드(롯데슈퍼타워)’ 사업으로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MB정부 재벌 특혜 1호’로 손꼽히는 제2롯데월드 사업은 사정기관의 ‘타깃 0순위’로 정권 말기 MB 최측근들의 비리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되면 ‘롯데그룹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28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은 이 같은 논란을 대비한 ‘다목적 포석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2009년 부터 부채비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 ‘MB정부 최대 수혜’ 롯데...‘롯데게이트’로 튈까 ‘전전긍긍’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과의 유착설은 정권 초기 때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범 당시 인수위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베이스캠프처럼 이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롯데호텔 사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40년 지기인 장경작 사장이었다. 정부 출범 이후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사업 허가를 받기까지 장 사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 중의 하나인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받고,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알짜 매물을 독식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롯데의 자산은 지난 2005년 33조원에서 지난해 83조원으로 150% 이상 늘었으며, 2007년 이후 인수한 기업도 30개가 넘는다. 최근에도 롯데는 비상경영을 선언한 지 열흘도 안돼 연매출 3조4000억원의 가전양판점의 대어(大魚) 하이마트를 집어 삼켰다.

롯데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하자 매각자측과 곧바로 협상을 벌여 불과 사흘만에 인수계약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금융권과 재계 내부에선 표면적으로는 계약체결까지 2~3일밖에 안 걸렸지만 롯데가 지난 2007년 하이마트 입찰에서 유진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신 이후 5년 동안 철저히 준비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쇼핑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회사(신평사)들이 잇달아 신용등급을 하향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금융계에선 롯데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마트 인수자금을 무리 없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혜 논란 속에서도 매년 꾸준한 M&A와 사업 확장으로 자금조달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대전 롯데복합테마파크, 부산롯데타운 ‘용도변경’ 특혜 의혹 일파만파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설 롯데복합테마파크와 부산롯데타운 건설사업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엑스포과학공원은 자연녹지인 시 공공용지로 수익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선 이 지역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 아직까지 롯데복합테마파크에 대한 임대료 논의가 구체화 되지 않고 있지만, 최소 1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상업용지로 용도변경까지 할 경우 6만6000㎡(2만여평)에 대한 쇼핑 시설 하나만 들어서도 '대기업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대전시 측은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형태의 시설은 절대 입점을 시키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롯데는 지난 10일 사업제안설명회에서 복합테마파크를 문화와 예술이 복합된 신개념 수익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쇼핑시설 조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수익을 담당하게 될 패션관이나 디지털 파크, 과학기자재 전문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모나 비율, 어떤 내용의 브랜드가 입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롯데의 복합테마파크에 대해 재벌특혜라며 우려하고 사업계획안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롯데측과 MOU를 체결한 직후 대규모 유통시설로 인한 지역상권 붕괴와 중소상인들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제2롯데월드 사업’에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또다른 그랜드 프로젝트의 한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롯데타운 사업에도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시 중구 중앙동에 건설하고 있는 부산롯데타운의 경우 부지가 관광사업시설 및 공공 용지였기 때문에 공동주택 건축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중구청은 지난해 7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부산롯데타운이 포함된 중심지미관지구 일부를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하는 안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이같은 불법적인 용도 변경에 따라 롯데는 70~80평대의 초호화 아파트를 약 900세대나 지을 수 있게 돼 조단위의 개발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역시 공공성이 실종된 특혜산업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MB정부가 2008년과 2009년 공기업선진화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 재벌 면세점들의 ‘승자독식’ 독과점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벌 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중소면세점은 크게 줄어든 결과, 재벌면세점들의 수익성 위주 운영으로 '외산품 우대, 국산품 찬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인천공항내 국산품 매출 점유율을 보면 한국관광공사가 44.4%로 1위를 기록했고, 롯데가 24.2%, 신라가 16.5%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가 구 AK를 인수한 '롯데 DF글로벌'은 외제품만 취급해 국산품이 0%로 외국명품과 수입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MB정부 출범 후 최대 수혜를 누리며 승승장구해온 롯데그룹이 오히려 무모한 사업 확장으로 부실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난관이 부딪치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모기업은 물론 다른 계열사들까지 동반부실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MB정부와 찰떡궁합을 자랑해온 롯데에 대해 정권 말기 각종 특혜 시비가 더욱 확산되면서 사정기관의 칼끝이 롯데그룹을 겨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로선 사활을 건 초대형 사업들을 MB정부 임기 내 서둘러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가 ‘좌불안석’한 나머지, 무리한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재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2007년 부터 최근까지의 롯데그룹 인수합병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