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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칼럼] 눈높이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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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칼럼] 눈높이 소통

[안병민의 홀가분한 세상읽기(1)]

진정한 소통은 눈높이 맞출 때 이루어진다


▲ 안병민 (주)휴넷 이사재작년 겨울쯤이었을까. <그대를 사랑합니다>란 영화가 개봉되었다. 동명의 인기 연재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왔던 것은 네 명의 주인공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였다는 점이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네 명의 노배우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60세가 훨씬 넘는다. 연기경력들도 40~50년씩 되는 배우들이다. 이 영화는 딸랑 제작비 10억으로 100만 이상의 관객 몰이를 했다. ‘노인들의 사랑’이라는 참신한,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주제와 그 주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한 이들의 호연에 힘입은 바가 컸다.

영화 속 한 장면. 깐깐하고 성질 괴팍한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 분)는 동네의 송이뿐 할머니(윤소정 분)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편지를 통해 데이트 신청을 한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송 할머니는 본의 아니게 약속을 펑크 내고 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김 할아버지의 두 번째 데이트 신청 편지. 그 편지에는 글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해, 11시30분을 가리키는 시계, 그리고 동네 입구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그림. 낮 11시 30분에 동네 입구에서 만나자는 그림편지. 이 편지를 받아 든 송 할머니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다음 날의 행복한 데이트!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다. 굳이 ‘소셜’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경영이나 정치 분야 등 조직과 리더가 있는 곳이라면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바로 ‘소통’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리더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번 해보자.”라며 의자를 바싹 끌어 당겨 앉으며 나름 소통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내 혼자만 떠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직원들의 입과 귀, 그리고 마음은 그럴수록 더욱 닫혀만 간다. ‘열려라, 참깨’, 주문이라도 크게 외쳐야 하는 걸까?

진정한 소통은 눈높이를 맞출 때 이루어진다. 내가 아닌, 그들의 생각과 말에 주파수를 맞추면 전혀 들리지 않던 그들의 진짜 소리, 전혀 보이지 않던 그들의 진짜 모습이 들리고 보인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그들의 체온이 전해지는 소통의 공감대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글을 모르는 송 할머니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김 할아버지의 편지는,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우렁찬 사자후다.

혹 말이 통하지 않아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직원들이 있나? 수십 번 얘기해도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던 직원들은 없는가? 김 할아버지의 그림 편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나의 눈높이만 고집하며 그들과 소통하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그들의 속마음도 모르고 무작정 야단치고 옥죄기만 했던 건 아닐까? 눈을 맞추며 진심을 전할 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은 열린다. 진정성을 이끌어내는 소통은 나의 눈이 아니라 상대의 눈높이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하겠다고?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내 눈높이부터 상대방의 그것에 맞출 일이다.

/안병민 ㈜휴넷 이사



필자 안병민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 헬싱키경제대학원(HSE) MBA를 마쳤고,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 마케팅 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아울러 기업/대학 강의와 글 쓰기도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