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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1년반새 20%↑" 기업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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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1년반새 20%↑" 기업들 비명

4.4% 인상에 반발..."3%대 적정" 인수위·정부에 건의

[글로벌이코노믹=노진우기자] “전기요금 인상이 불황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될 수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기습인상에 산업계가 ‘중소기업의 원가부담 상승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들어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를 비롯한 14개 경제단체는 “최근 우리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된다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는 건의문을 10일 제출했다.

▲자료:대한상의이미지 확대보기
▲자료:대한상의


실제로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1000원의 이익을 내면 63원은 전기요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철강산업은 제조원가(원재료 제외)의 25.0%가 전기요금이고 시멘트는 22%, 제지는 16.2%, 섬유는 15.5%에 이르는 등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측은 “전기는 철강·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이다”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르면 일반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1년반 사이 산업용 요금을 20.1%나 올려 추가적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지적했다. 건의문은 “지난 1년반 사이 주택용 요금 인상을 최소화(4.8% 인상)하면서 산업용만 20.1%나 올렸다”며 “2000년대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은 흑자구조에 진입했다고도 지적했다. 건의문은 “산업용 전기는 고압선으로 송배전돼기 때문에 배전단계의 전력손실이 적어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그 결과 지금 한전은 기업들에게 100원짜리 전기공급에 대해 100원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주택용은 100원짜리 전기를 89원에 팔고 있지만 산업용은 100.1원에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우리나라 산업용전기가 저렴하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산업용전기가 저렴하지만 주택용이 더 싼 편이다”며 “산업용 요금의 상대가격을 따져보면 미국에 비해 30%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 할 때 일본은 98.6, 프랑스 91.0, 영국 84.0 미국 77.1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용요금이 너무 싸서 기업들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우리기업이 석유제품 1㎘를 제조하는데 100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일본은 104, 영국은 107, 미국은 116을 사용해 우리보다 비효율적이다”며 우리의 산업에너지 효율성은 선진국수준이라고 말했다. 불황기에도 지난해 25.7%, 올해는 20.7%의 기업이 에너지절약시설을 투자한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요금 인상으로 전기사용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실효성이 불분명하다.

대한상의가 기업들에게 ‘산업용요금을 인상할 경우 에너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의 58.0%가 ‘생산·판매 등에 꼭 필요한 만큼 쓰고 있어 더 줄일 수 없다’고 답했고 39.0%는 ‘어쩔수 없이 줄이겠지만 인상폭만큼 줄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기료를 올리는 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경제단체들은 산업용 요금을 계속하여 인상하기 보다는 연료비연동제을 보완하여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건의문은 “정부가 전기요금의 합리적 조정과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증대를 위해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지난 2011년 8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경기침체와 유가급등을 이유로 유보되고 있다”며 “국민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불합리한 전기요금 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의 합리적 보완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범경제계에너지절약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침체된 경제활력을 진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살아나려던 기업의욕도 꺾일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기업의 감내수준으로 3%를 제시했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업용요금 인상 마지노선은 3.3%로 집계됐다.

이번 건의에는 대한상의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조선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제지공업연합회, 대한방직협회, 한국화섬협회, 한국클로로알카리공업협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