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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줄도산'…은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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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줄도산'…은행은 없다

[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 기자]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폐업이 속출하면서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또한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권 대출잔액이 최근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폐업을 신청한 자영업자 수는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권들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고 고금리의 대부업으로 몰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중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571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510만3000명 중 22.8%를 차지했다. 이는 4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3년 4월 이후 3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1983년 4월 자영업자 수는 50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1489만6000명 중 34.2%였다.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만5000명 늘어난 올 4월에도 자영업자 수는 9만명이나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만명 줄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만명 줄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많은 셈이다.

서울 중구 충정로역 인근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00(55)씨. 그는 국내 72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중 한명이다.

임 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많이 벌지는 못해도 밥 먹고 살 걱정은 안했다. 그런데 요즘은 밥은 고사하고 매일 적자에 시달리고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돼 자정에 가게 문을 닫는다. 36㎡ 가량의 점포에 혼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와 빵 그리고 삼각김밥으로 대부분의 식사를 때운다.

임씨는 편의점을 운영하기 전 까지만 해도 국내의 한 대형 건설사에 부장으로 재직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6년 국내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결국 임씨도 이를 피하질 못했다.

임씨는 "퇴직금으로 그나마 자본이 덜 들어가는 조그만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용돈벌이나 할 요령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잘되는가 싶더니만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의 편의점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 18시간 넘게 일하지만 건물 임대료나 운영비 지출이 큰 데다 수입이 없으니 직원을 채용해 24시간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도 가게를 열어야 손님이 줄어들지 않으니 적자를 보더라도 계속 문은 열고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주변에 장사를 하다 문 닫은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한 점포가 생기면 3년이상은 영업을 해왔는데 지금은 1년도 못 버티는 점포가 허다하다"고 말하며 건너편 호프집을 가리켰다.

"그 호프집 사장은 점포를 오픈한지 꼭 1년 만에 1억 8000만원을 까먹고 망해 나갔다. 처음에는 잘되는가 싶더니 점차 수입은 줄고 종업원들 임금이 밀리자 사채를 빌려써 저 사단이 났다"며 "주변 점포중 일수를 안찍는 점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우리같은 영세사업자에게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질 않는다"며 "은행들은 말이 좋아 영세사업자를 위한 대출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있지만 대출 조건에 충족 시킬 수 있는 자영업자들은 아마 1%로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도 올해 초 적자로 인한 가게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 문턱은 너무 높다고 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수 있는 자영업자는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는 가게에나 해당된다"며 "장사가 안돼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어쩔수 없이 하루 12만원씩 100일동안 갚는 조건으로 1000만원의 일수를 쓰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낮은 이자로 미소금융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자영업자들은 큰돈이 급하게 필요해 빚을 내는데 미소금융은 액수가 적어 도움이 별로 되지도 않고 이 또한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