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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교환서 무산 통보까지 6시간 동안 무슨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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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교환서 무산 통보까지 6시간 동안 무슨일이 있었나?

[글로벌이코노믹=정치팀]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이어진 남북간 대립 끝에 남북당국회담이 개최 예정일을 만 하루도 남기지 않은 11일 저녁 무산됐다.

우리 정부는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끝난 10일 새벽 이후 북측에 대표단 명단을 조속히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그동안 관례상 대표단 명단은 상대 측을 방문하는 쪽이 먼저 명단을 보내는 게 관례였다.
북측의 명단 통보가 없자 정부는 11일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측에 먼저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북측은 오후 1시에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교환하자고 통보해왔다.

이에 따라 남북 연락관은 약속한 시간에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에서 만나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거의 동시에 주고받았다.

예상대로 북측은 우리 정부가 그동안 줄곧 요구했던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아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강지영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제시했다.

북측 대표단은 실무접촉 단장으로 나왔던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을 비롯해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대표단은 아니지만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태도로 볼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간파한 우리 정부 역시 당초 계획했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닌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우리 측은 김 차관을 비롯해 실무접촉 수석대표였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이수영 남북교류협력국장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 교환 이후 북한의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왜 통일장관이 남측 수석대표로 나서지 않느냐는 것이 문제 제기의 핵심 내용이었다.

남북 판문점 연락관들은 전화 통화로 무려 6시간 동안 예닐곱 차례에 걸쳐 전화를 주고받으며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북측은 우리 측의 차관급 수석대표에 대해 자신들은 상급(장관급)을 단장(수석대표)으로 내세웠으니 남측도 통일장관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장관급인 것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남북관계를 책임 있게 논의할 통일장관의 카운터파트는 북측 통일전선부장이라고 맞섰다.

서로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남북 연락관들은 수시로 서울과 평양 본부와 연락을 취해 훈령을 받았다.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오후 7시5분께 마지막 전화를 걸어 "우리 측의 입장 변화는 없다. 회담은 무산됐다. 연락관을 철수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알았다"고 응수하면서 남북당국회담은 최종 무산으로 결론났다.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불화는 이미 지난 9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열린 실무접촉에서 예고됐다.

우리 정부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요구했고, 북측은 이에 난색을 보이면서 '상급 당국자'로만 고집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우리 정부는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북측은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이 담긴 발표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