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들이 도피처로 선호했던 전통적 이민국가인 미국·캐나다·호주 등과의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포위망을 좁혀오자 다급해진 이들은 새로운 목적지로, 남의 주의를 끌지 않는 외진 곳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경제 회생을 위해 부자 이민의 문을 크게 열어 상당수 중국 투자이민들을 받아들였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민 허용 폭이 매우 컸다.
남아공의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서 현지에 20만 달러(약 2억1986만원)만 투자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고 현지에서 5년만 거주하면 국적도 취득할 수 있다. 근래 남아공에 이민을 신청한 중국인은 연 평균 1만여 명에 달한다.
투자이민 분석가들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이전에 각광을 받았던 이민 대국들이 점차 이민 감축정책을 펴면서, 남아공·스페인·포르투갈 등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이민 국가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아공을 예로 들면 투자 범위가 광범한데, 호텔·다이아몬드 사업 등은 상당한 수익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스페인·포르투갈 투자이민은 1990년 유럽 26개 국가 간에 체결된 센겐협정(Shengen Agreement)에 의거, 국경 통행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더욱 많은 중국의 부패 관리들이 이민을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포르투갈에서 이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서 중국에서 도피하려는 부패 관리들에게 경종이 울렸다. 포르투갈 경찰은 지난 11월 13일 금품을 받고 ‘골든 비자(golden visa)’를 발급한 혐의를 잡고 국경 관리부처와 이민국(SEF) 국장 등 10명의 관리를 체포했다. 이들은 해외로 도피하려는 중국의 부패 관리들과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골든 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자국 부동산이나 채권에 투자하면 5년간의 체류 비자는 물론 향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골든 비자’는 지난 2년간 절대 다수가 중국인에게 발급되어 총 10억 유로(한화 약 1조3727억원)의 투자를 받아들였다. 포르투갈의 국유 아파트와 상점에 투자한 업자들도 90%가 중국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