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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2년 연속 수출 부진 동남아 라이벌 국가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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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2년 연속 수출 부진 동남아 라이벌 국가에 밀려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 경제 5개국에 속할 만큼 미래가 촉망되는 경제대국으로 손꼽혔던 태국이 2년 연속 수출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과 2011년 홍수가 태국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켰고 수출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경제손실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태국 정부가 중시하는 전자분야 등 수출 주요 부문은 인근 경쟁국들이 장악해 2년째 수출이 위축됐다.

태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해외 수출은 태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데 올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동안 무려 6개월이 수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올 한 해 전체 기간으로 평균 산정하면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2년에서 2012년까지 10년 사이에 태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1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이라 더욱 대조된다. 태국 정부가 예상한 경제성장률도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정치적 불안과 2011년 전대미문의 홍수까지 굵직한 2가지 큰 문제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폭력 시위 소요로 태국은 인프라 투자 제안이 수개월째 지연됐고, 결국 시위는 지난 5월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프라윳 찬 오차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해 군사정권을 수립하며 마무리됐다. 그러나 태국이 한바탕 정치적 풍파에 휩쓸려 국가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사이 베트남, 필리핀 등 인근의 라이벌 국가들의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한 태국인 경제학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과거에는 태국을 따라잡기 바빴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태국이 인근 국가들보다 수출에서 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국은 한물 간 기술과 기타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많다. 그래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지만 문제는 태국이 충분히 해외 및 국내 투자유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태국의 정치갈등은 사실상 오래됐다. 친탁신파, 이전 잉락 정권의 지지파인 레드셔츠와 반탁신파, 왕실과 군부를 지지하는 기득권층인 옐로셔츠는 각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과 정치노선이 확연히 달라 사실상 집권당이 바뀐다 해도 양측 간의 의견 대립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홍수는 태국 중북부 지방에서 발생해 방콕 인근지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쳐 국토 절반이 물에 잠겼던 사상 최악의 홍수였다. 당시 홍수로 인해 300명이 넘게 사망하고 1000만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7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다행히 방콕의 경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콕의 한강인 차오프라야강이 범람했고, 이로 인해 태국 관광의 꽃인 왕궁이 한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피해 규모의 경중을 떠나 한 나라의 수도가 강우량이 갑자기 급증했다고 해서 금세 도로에 물이 차고, 상당기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상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는 단순히 태국의 치수관리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마저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정치불안이 늘 도사린다면 어느 누구도 안심하고 투자하기는 어렵다.

태국의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올 2분기에는 1.1% 상승했다. 이렇게 저조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역시 홍수의 피해 영향이 컸다. 2011년 발생한 홍수는 근 70년 만에 가장 최악으로 수천개 공장들이 강물의 범람으로 피해를 보았다. NESDB는 올 연간 GDP 성장률을 약 1.0%로 예상하며 2011년 이래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국 중앙은행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지난 3년 동안 전자분야에서 수출경쟁력을 잃어왔다. 특히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부문은 기업들이 소비자 기호 변화에 따른 생산 조정에 실패하면서 경쟁력이 급감했다. 전자제품은 2013년 태국 수출에서 14%를 차지했다. 올해 현재까지는 수출에서 전자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8% 상승했으며 2007년에 비하면 거의 10% 상승했다.

태국의 증권사 패트라 시큐리티즈(Phatra Securities) 경제팀은 태국이 오래도록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해왔지만 해외 기업들이 현대기술에 투자하도록 하는 데는 아무련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증가로 PC 수요는 떨어졌는데, 태국은 2011년 홍수 이후 해외 수출시장에서 잃어버린 점유율을 기타 시장으로 옮겨 손실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수출은 물론 R&D 투자에서도 태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보다 뒤떨어졌다. 태국 현지 기업들조차도 세금 혜택과 더 높은 임금을 찾아 해외에 더 많이 투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수는 ‘2014년 글로벌 경쟁력 순위’ 중 혁신부문에서 태국은 67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144개 국가 중 종합부문에서는 31위였으나 혁신부문은 67위를 기록해 중위권에 겨우 턱걸이로 진입했다. 2007년에는 혁신부문에서 33위를 차지했지만 7년이 지난 올해는 오히려 34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반면 태국의 인근 경쟁국가들의 국가경쟁력지수 혁신부문 순위는 태국보다 높다. 필리핀이 52위(종합 52위), 인도네시아 31위 (종합 34위), 말레이시아 21위(종합 20위)로 이들 국가는 날이 갈수록 혁신부문은 물론 전체적인 국가경쟁력 지수가 상승했다. NESDB도 올해는 태국의 수출이 성장률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에야 약 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3.5%~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이달 초 설정된 2%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프라산 트라이라트보라쿨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현재의 금리 수준이 성장을 위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만일 경제회복에 실패하면 금리는 더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약 110억 달러(약 12조원)의 현금을 농부들에게 지원한다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소비진작을 위해 예산 지출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재무부는 지난 10월 올해의 태국 GDP 성장 전망을 1.4%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