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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일동제약-윤원영vs '창' 녹십자-허일섭, 춘삼월 'OK목장 결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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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일동제약-윤원영vs '창' 녹십자-허일섭, 춘삼월 'OK목장 결투' 가나?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박인웅 기자] 일동제약과 녹십자 사이 쓰디쓴 '경영권 분쟁'이 오는 3월 주총에서 창과 방패 싸움 양상으로 치러질 조짐이다.

◇일동제약vs 녹십자 '경영권 분쟁' 촉발


제약업계에서 일동제약과 녹십자 사이에 다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지난 6일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상대로 낸 한 장의 주주제안서에서 촉발됐다. 내용인 즉, 녹십자가 내달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등기이사 중 2명을 자신들이 추천하겠다는 것. 이는 녹십자가 향후 일동제약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도 읽혀진다. 이렇게 녹십자가 자사의 계열사도 아닌 제약업계 경쟁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한 배경은 간단하다.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 주식 29.36%를 확보해 제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동제약은 지분구조는 윤원영 회장 및 오너일가 회사로 알려진 씨엠제이씨 등 18인이 총 주식 815만326주 총 지분율 32.51%로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어 녹십자외 2인이 735만9773주 29.36%로 제2대주주다. 여기에 3대주주인 피델리티 외 1인이 250만6600주 10%나 가지고 있다. 또한 일동제약의 지배구조에서 윤 회장 일가는 윤 회장의 6.42%를 비롯 부인 임경자씨 2.63%, 장남 윤웅섭 사장 1.63% 등 총 10.98%를 보유하고 있고,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5.47%,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이 1.16%, 일동후디스가 1.36% 등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 2012년부터 일동제약 지분 '야금야금'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매입을 통해 지난 2012년 말 지분율 15.35%를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올라서며 최근 최대주주와인 지분율 차이를 3.16% 좁히며 경영권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 과정에서 녹십자의 적대적 M&A설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해 이맘때다. 녹십자가 지난해 1월 일동제약 보유지분을 종전 15.35%에서 29.36%로 끌어올린 것. 또한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명확히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녹십자 측은 지난 2012년 당시는 물론 이번에도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음"을 누누이 강조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10% 규모의 일동제약 지분을 보유한 피델리티(펀드)도 향후 일동제약과 녹십자간 지분경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피델리티는 작년 1월 임시주총에서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계획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때문에 피델리티가 향후 녹십자의 적대적 M&A 시 우군역할을 하거나 반대로 일동제약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녹십자가 현재 쌓아둔 실탄 정도라면 굳이 피델리티와 손잡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일동제약 지분 격차를 좁히는데 필요한 200억원+알파 규모의 자금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MS 상장을 향후 일동제약 인수를 위한 '실탄 조달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이 점만 보면,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의 칼자루를 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녹십자 경영진의 의중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데, 현재 녹십자 지배구조에서 허일섭 회장은 허 회장-녹십자홀딩스-녹십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서 있다. 특히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현재 허 회장이 10.82% 특수관계인 총 지분율은 12.27%가 된다. 결국 허 회장과 창업주 고 허영섭 전 회장의 장남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허은철 사장이 이번 사안의 중요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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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주총서 일단 유리한 고지...장담은 일러 이에 맞서 일동제약은 경영권 사수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총력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특단의 처방'을 쉽사리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일단 일동제약은 주총 표 대결을 통해 녹십자가 낸 이사 선임 안건을 저지해야 하는 한편 현 경영진인 이정치 회장을 연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윤원영 회장이나 아들이자 일동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윤웅섭 사장의 일동제약이 우군 포섭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지분에서 앞서고 이사수에서도 10명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에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를 향해 16일까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상태다. 녹십자의 입장 표명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변수 내지 분수령이 될 공산이 높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향후 오너일가 등의 지분 매입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지분 매입 등 경영권 방어 관련) 그런 것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녹십자 관계자는 "지분매입, M&A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일동제약이 녹십자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녹십자와 일동제약 간 창과 방패의 싸움은 춘삼월, '오케이 목장의 결투'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박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