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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들 사상 최대 현금 보유에도 지출은 오히려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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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들 사상 최대 현금 보유에도 지출은 오히려 줄였다

[글로벌이코노믹 채지용 기자] 미국 기업들이 사상 최고치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락 등 경제 불투명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지출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들의 현금보유보가 사상 최고치인 1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식축구팀 달라스 카우보이를 437번 사들일 수 있고 넷플릭스는 53번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또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사고도 남을 만큼 큰 액수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기업들이 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좋은 쪽으로 보자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기업들이 극도로 안정적인 재무재표를 보유하면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나쁜 쪽으로 해석하면 거대한 공룡기업들이 여전히 새로운 투자나 인력확충, 연구개발 등에는 미적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이 많은 현금을 풀기 시작한다면 경기가 크게 탄력을 받고 주주들은 보다 많은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투자와 지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동안 S&P500 기업들은 지출을 3.5%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경제가 기나긴 경기침체기에서 이제 막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크 릿처맨 웰스파고 전략가는 “경기침체기에서 막 빠져나온 만큼 미국 기업들은 지출에 대해 크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분야에 대한 불투명성이 기업들의 지출을 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거대 에너지기업들은 지출을 크게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쉐브론, 코노코필립스와 같은 에너지기업들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매출하락분을 상쇄하기 위해 올해 지출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많은 셰일 원유시추업체들은 시추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년간 에너지분야 기업들의 지출이 13.5%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500 기업들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에너지분야 기업들이 S&P500 기업들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도 지출감소폭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향후 12개월간 IT, 헬스케어 등 6개 분야 기업들의 지출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기업 전반적으로 보면 지출이 3.5%에서 6%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낙후된 시설을 교체해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사회기반시설들은 상당히 오래됐으며 주,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이 좋은 상황이므로 도로나 교량 등의 수리, 교체가 이뤄져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손더스 전략가는 “경기침체기는 공급이 과잉일 때 찾아오는 만큼 현재 미국 경제에 공급이 과잉인 곳이 없는 만큼 다음 침체기는 아직 먼 얘기”라고 강조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