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000억 한국형슈퍼컴 프로젝트 ‘돈먹는 하마’ 될 판

공유
3

1000억 한국형슈퍼컴 프로젝트 ‘돈먹는 하마’ 될 판

지나치게 낮은 개발목표, 검증 체계 없어...“국과심 퇴짜받자 편법 예산확보”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국가과기심의회(이하 국과심) 위원 대부분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5년 후 1페타플롭스(1PF=초당 1000조 회 연산 속도)슈퍼컴, 10년 후 30페타플롭스(PF)슈퍼컴을 만들면 세계수준과 너무 격차가 난다며 성능을 더 높이라고 주문했다. 또 개발 후 실제로 어떤 목적에 활용될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듣지 않고 밀고 나갔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전문위원 A박사

“미래부가 5년 후 내놓을 슈퍼컴 성능(1PF)이 지난 해 세계 1위 중국 ‘톈허-2’(33.86PF)의 30분의 1에도 못미친다면 누가 이해할까? 컴퓨팅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그 때 나올 슈퍼컴은 사장될지 모른다. 이미 국내에는 독자적으로 엑사급(1엑사플롭스=초당 100경 회 연산 속도)슈퍼컴(HPC)을 개발한 업체가 수출까지 하고 있다.”-슈퍼컴업체 B사장
미래부가 지난 4월 초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개발하겠다”며 야심찬 출발을 알린 한국형 슈퍼컴 개발사업(초고성능컴퓨팅(HPC)프로젝트)이 자칫 ‘돈먹는 하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3일 국과심·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래부의 슈퍼컴 개발계획은 이미 2차례에 걸친 국과심 수정 보완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아 반려된 사안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과기심 심의 통과를 위해 과제 목표를 수정하고 보완하기는커녕 이를 기존에 해오던 SW기술개발 과제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이에따라 이 과제는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9월 정기국회 예산심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과심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제임에도 이를 피해 간 편법이다.
기상청이 보유한 세계 37위 슈퍼컴 미리. 사진=기상청 이미지 확대보기
기상청이 보유한 세계 37위 슈퍼컴 미리. 사진=기상청

국과심 위원인 A박사는 “슈퍼컴 과제는 심의과정서 문제점을 지적받아 지난 해 11월, 올해 2월 두차례나 서류가 반려됐다. 5월 최종심에 서류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1000억원짜리 슈퍼컴개발계획은 이미 최종심 이전인 4월 초에 미래부에서 발표됐다

KISTEP의 C박사는 “미래창조부의 슈퍼컴 예산이 기존에 있던 ‘차세대 정보통신사업 SW전문 인력개발’ 등 2건의 미래부 지속사업 과제에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결국 미래부는 국과심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계속사업과제에 슈퍼컴 사업을 끼워넣어 국과심 위원들의 지적사항을 피해 갔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껄끄러운 국과심의 슈퍼컴 개발 심사 지적사항을 수정않고 피해가면서 예산을 상정시키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대로 한국형 슈퍼컴 개발안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5~10년 후 어떤 용도에 쓸지 검증안해도 되는 슈퍼컴, 그리고 개발 시점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슈퍼컴을 만들어도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게 된다. 미래부는 오는 10월 HPC사업단을 구성해 슈퍼컴 개발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 4월 이진규 미래부 기초원천 연구정책관은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지난 3월 서울에 왔던) 알파고를 넘어서는 슈퍼컴을 만들겠다”며 한국형 슈퍼컴 개발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