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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눈코노믹] 돈 있는 기업만 노린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권력공백기와 소비재 기업들, 소비자들만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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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눈코노믹] 돈 있는 기업만 노린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권력공백기와 소비재 기업들, 소비자들만 '이중고'

진상규명=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진행중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한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진상규명"=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진행중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한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권력 공백기가 커지면서 수동적인 공무원들은 더욱더 수동적인 모습이다. 기업들을 감시해야할 사정기관들도 ‘복지부동’이다. 도무지 일을 안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만 연일 얻어맞고 쥐어 터지는 형국이다. 특정 기업들이 특검 등 사정기관에 고강도 조사를 받는 것은 마땅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씨는 돈 있는 기업만 혹은 문제가 안 될 기업만을 노렸다. 문제가 되거나 돈이 없는 기업들은 일체 건들지 않았다. 결탁한 기업들에겐 당근을 제시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댄 대가로 각종 이권과 특혜를 줬다. 현재는 특검이 그 특혜를 파헤치고 있는데, 이미 다 아는 사실을 숨바꼭질 중이다. 전경련 소속 기업들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겁박에 의해 자금을 댔다. 하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 순수한 의미에서 지원이었다는 거다. 특검의 조사 때문에 해당 기업들은 매년 연말을 기해 조직을 개편하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롯데의 경우 사정칼날의 정중앙에 있다. 인사시즌에 인사카드만 만지작거릴 뿐,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그 외 기업들은 시쳇말로 살판이 났다. 전체 물가는 저성장의 디플레이션 상황이지만, 서비스물가는 고삐가 풀렸다. 살판난 기업들이 권력 공백기를 틈타 무한정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생필품 물가는 지난해 연초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올랐다. 이를 토대로 한 물가 비교 사이트에서 한국의 물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과일·쌀 등 식료품 12개 항목과 도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세계 119개국 가운데 상위 10%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들의 한국 살기가 형편없어 진 거다.

내수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이유는 대부분 원자재값과 인건비, 관리비 등의 상승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춤을 추고 있다.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한국에서 만든 물건을 더 비싸게 외국에 팔 수 있으니, 매출 호조세는 당연하다. 그러나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물건을 생산해 판매하는 내수 기업들은 오히려 그 반대다. 비싸게 들여와 싸게 팔아야 하는 형태이니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가장 득을 보는 기업들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기업들이다. 그런데 최근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을 보면 자급자족 가능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맥주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주류기업들의 가격 인상 요인은 빈병 회수비용이 올라서인데, 사실 알고 보면 그 비용은 빈병 재활용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남긴다. 회수 비용이 올라서 맥주 가격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꼼수 가격인상이다.

보통 생필품 가격인상은 소비재이기 때문에 10원만 올라도 소비자들 주머니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정기관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이유다. 소비재 기업들에게 권력 공백기는 가격인상의 찬스다. 이 찬스를 놓치면 당분간 소비절벽에 따른 매출 하락의 부담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때문에 갖은 명분을 대서라도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소비절벽으로 인한 기업들의 매출 하락을 가격인상을 통해 더 부담해야 하는 꼴이니 이중고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 갔다. 토요일은 이제 광화문에 가는 날로 정해졌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의 현실이 좀 나아지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의 시민의식, 기업들에겐 찾아 볼 수 없어 실망스럽다.
조규봉 기자 c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