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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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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는 것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폭설과 함께 1월이 지나간다.

기쁨과 분노, 회한이 교차하면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채워진다. 사람의 일 같지만 사실 시간이 하는 일이다. 시간은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세월은 우리를 용서하게 한다. 그런 시간의 끝엔 죽음이 있다. 죽음은 두려운 상대다. 시간이 있는 한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시간이 있어 인간은 공평하다. 기억과 망각의 관리자 역시 시간이다. 시간 속에 눈이 내리고 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랑 이야기다. 전, 후반부로 나뉘어진 스토리는 사랑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앞에선 찌질하게, 뒤에선 따뜻하게.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은 솔직함이 때론 불편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진실된 사랑의 모습이다.

갑자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꺼내 든 것은 시간이라는 인생의 안내자에 대한 그의 새로운 해석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은 사건의 결과를 결정적으로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 갈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시간은 단지 사건의 물리적인 요소일 뿐이다. 사건의 시작과 결말은 주인공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달라진 운명조차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과 구분 없이 서로 연결된다. 결국 ‘그때’와 ‘지금’의 구분은 시간이 아니라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지인 것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틀렸던 것이 시간이 지난 뒤에 옳은 것이 되기도 하고, 그때 옳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러 틀릴 때가 있다.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피해자가 되고, 충신이 간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결정의 주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말하길 ‘언제나 옳은 것’, ‘누구에게나 바른 것’을 정의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래야만 하는 것, 그때도 맞아야 하고 지금도 맞아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살면서 가끔 입장이 바뀌는 것도 시대를 초월한 정의를 찾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라고 해두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반성의 눈물 같은 것은 그럴 때 쓰는 것이리라.
21일 방영된 'SBS-그것이 알고 싶다'는 위작 논란에 휩싸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품의 진위 여부가 불명확한 것처럼 재판이 끝나자 마자 사형이 집행된 김재규가 신군부 탄생의 정당화를 위한 희생양이었는지, 그저 상사의 신뢰를 잃어버릴 두려움으로 국가원수를 시해한 내란미수범인지는 분명한 결론은 없었다. 그러나 집요하고 끈질긴 소수의 열정과 희생으로 실체는 드러날 것이다.

결국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두운 바닷속 세월호에 남겨진 아이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가라 앉아있는 9명의 아이들과 시간의 진실이 인양되기를 고대한다.

글·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 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