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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생각] 권위로부터의 탈출은 새로운 삶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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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생각] 권위로부터의 탈출은 새로운 삶을 창조한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
신현정 중부대 교수
영어의 스완(swan)을 우리는 백조(白鳥)라고 번역한다. 17세기 말까지 서양인들은 흰색이 아닌 백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스완하면 의레 하얀 새를 연상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우리의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1697년 영국의 자연학자인 존 라삼이 호주 서쪽에 있는 스완강에서 검은 백조(black swan)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백조가 아니라 흑조(黑鳥)였다. 그의 발견은 기존의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당시 서양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존 라삼의 이러한 발견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었던 블랙 스완은 ‘극히 예외적이고 알려지지도 않았고 정말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일단 등장하고 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뜻하게 되었다.

인류 역사 속에서 보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등도 블랙 스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인류의 역사에는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험에 근거한 인간의 지식체계가 갖는 근본적 오류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식에 일정한 시간이 더해지면 그것은 하나의 범하기 힘든 권위를 획득하게 되고 또 인간들은 이 권위를 맹신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의 냉혹한 심판이나 비난에 맞설 자신이 있는 용기 있는 소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인간들은 감히 이 권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몇 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칭찬의 효과에 대해 모든 교육이 열광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칭찬에는 눈에 보이는 긍정적 효과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부정적 효과도 상당하다. 칭찬을 받으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내 또 다른 심적 부담을 낳게 된다. 예를 들어 천재라는 칭찬 속에 자란 아이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엄청난 혼란과 좌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점수를 올리려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되면 아예 아무것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인정하고 있는 많은 대중적 상식들은 사실 얼마든지 부정되어질 수 있는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방법이 인간도 춤추게 할 수 있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또 하나의 예로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통적인 습관을 발견함으로써 성공의 원인을 그것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매사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등등이 그런 예다. 그리고 기를 쓰고 발견(?)한 이런 사실들을 일반화함으로써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러한 방식을 수용해야 하는 것처럼 강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타인의 인생에 대한 간섭에 그치는 허무한 노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렇게 변화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남의 의견을 잘 따르고, 늦게 일어나고 비관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예도 실제로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권위 있어 보이는 타인의 의견에 자신을 맡기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한 삶에 대한 개념 규정 역시 본인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정관념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은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편집의 과정일지 모른다. 이러한 편집의 영역은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일종의 재창조다. 편집력은 자신이 가진 지식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융합 지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효과적인 행동양식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신은 초원을 달리는 사자에게 바람을 가르는 달리기 기술을 주었다면 인간에게는 끝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뇌를 주었다. 그러한 창조적 뇌를 세간의 상식이나 세상적 권위에 굳지 않게 하는 것은 인간이 사자와 구별되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간적 의무다. 필자만의 견해일지는 모르지만, 상식이나 권위로부터 탈피하여 자신만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삶을 관철하려는 의지만큼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이고 고결하게 만드는 노력은 없을 것이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