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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WIN-WIN 가능한 남북 경제협력 분야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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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WIN-WIN 가능한 남북 경제협력 분야 '소프트웨어'

곽인옥 서울연구원 평양특별위원
곽인옥 서울연구원 평양특별위원
요즘 정치계에서는 주요 후보들의 대선 공약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 S/W)의 융합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남한은 H/W부문에는 세계적으로 경쟁력(2014년 기준으로 세계시장 석권 휴대폰 1위 , 디지털 TV 1위, 반도체 D램 1위, LCD패널 1위)을 가지고 있지만 S/W부문에는 매우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S/W개발 인력의 부족현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해외인력 활용을 위한 골드카드제, 개발인력 20만 명 양성계획안 등이 발표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컴퓨터 공학 분야는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으로 분류될 만큼 청소년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이하의 대학에 있는 S/W분야 전공과목은 지원 미달사태로 학과유지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에 북한의 S/W는 다르다. 국제적인 H/W분야의 반입 제재로 북한은 S/W인력양성에 중점을 둔 교육이 이루어졌다. 1968년 김책공대 컴퓨터학과, 김일성 종합대학에 프로그램 학과를 개설하였다. 또한 1985년부터는 각 대학과 중학교 6학년(고3)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교육이 실시되었으며, 평양정보센터(PCI)가 설립되었다. 1990년에는 조선컴퓨터센터(KCC)가 설립이 되었고, 매년마다 전국 프로그램 경연대회 및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1998년에는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컴퓨터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였으며, 김일성 종합대학교와 김책공업대학교에 컴퓨터 과학대학을 설치하였으며, 주요 대학에도 프로그램학과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S/W를 중시하는 정책 결과 매년 1,000여명 이상의 프로그램관련 인력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S/W인력이 8만 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에서 2-3만 명은 즉시 사업에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인도 S/W경연대회’에서 김책공업대학교 학생들이 참가하여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S/W강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남한의 H/W강점과 북한의 S/W강점이 융합되어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면 상호 Win-Win가능한 경제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S/W 분야는 투자규모의 최소화와 신속한 결과물이 확인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H/W분야의 경우 국제적 제재와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물 확보에 수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S/W는 이러한 기간이 필요 없고 단기간에 소규모의 투자로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S/W는 개발인력, 데스크 탑 컴퓨터, 사무 공간, 인터넷 환경 등 최소한의 투자로 사업이 가능하다. 특히 정보 통신의 발달로 공간 개념이 달라진 현실에서는 사실 사무실 투자도 필요 없이 온라인 상황에서도 비즈니스가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경제협력 합의만 이루어지면 지리적인 공간을 초월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사업이다. 또한 H/W결과물 산출과 비교해 볼 때 필요한 투자의 10분의 1로 수 십 배 이상의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으로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매우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매우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하면 매우 효율적인 사업이며 남북한이 상호 Win-Win 가능한 분야라고 확신 하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도 이러한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W공동개발 차원에서 S/W 공동개발단지 조성과 S/W 및 디지털콘텐츠 공동개발을 위해서 남북경제협력 경험이 있다.

첫째, 남북이 합영회사를 건설하여 공동으로 S/W를 개발한 사례이다. (주)하나비즈닷컴이 2001년 6월 중국 단동에서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립하고 평양정보센터(PIC)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업을 진행한 사례이다. 또한 엔트렉, IKD도 평양에서 광명성총회사와 고려정보기술센터를 건립하여 S/W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하였다.

둘째, 2000년대 남북한의 민간교류 협력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중국 북경에서 삼천리총회사와 남북 S/W공동으로 개발하였으며, (주)하나로 텔레콤은 평양에서 삼천리 총회사와 3D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 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훈넷(합영)은 평양에서 조선장생무역총회사와 인터넷 게임 S/W 공동개발 및 서비스를 하였다. 또한 (주)KT는 평양과 서울에서 삼천리총회사와 음성인식분야 등 남북공동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주)에스피메디텍은 서울에서 삼천리총회사와 북한 특허기술 이용 의료기기를 개발하였다. (주)VT는 중국 상하이에서 삼천리총회사와 휴대폰 분야 S/W공동개발을 하였으며, (주)스튜디오 투모로우는 평양에서 광명성총회사와 판출력인쇄장치(CTP)개발 및 생산을 하였다. (주)아사달은 평양에서 삼천리총회사와 디자인콘텐츠 개발 용역을 하였으며, (재)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평양에서 삼천리총회사와 디지털 창작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하였다.

북한이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자연어 처리시스템, 영상처리, 기계번역, 각종 제어분야, 문자 및 숫자 인식분야, CAD, 한의학 의료정보시스템이다. 특히 음성인식, 지문인식 등의 각종 인식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게임, 멀티미디어, 시뮬레이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S/W와 남한의 H/W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융합된다면 상호 Win-Win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되어 진전된다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곽인옥 서울연구원 평양특별위원(동북아공동체 ICT 포럼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