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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살보험금 논란, 이제는 마무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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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살보험금 논란, 이제는 마무리해야

지난주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바로 ‘자살보험금’이다. 말 그대로 보험 가입자가 자살했을 때 보험사가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죽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험상품이 존재한다. 2000년 초 자살을 재해로 보는 사망특약 상품이 판매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이 상품의 약관에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당시 판매한 상품 약관 12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고’를 보면 ‘특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할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2년 후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다.
1~2만원의 특약만 추가하면 자살 시 재해로 인정받아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명분으로 꽤 많은 상품이 판매됐다. 납입 보험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버젓이 팔던 상품을 자살보험금 수령자가 급증하자 보험사들은 슬그머니 지급 근거를 약관에서 삭제했다. 물론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실수로 약관을 잘 못 작성했다는 변명이었다. 소송이 시작되자 자살을 방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없고 주주에 대한 배임이다는 논리로 대형 로펌을 동원해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 23일 금감원의 초강수에 결국 백기를 들고 미지급된 모든 건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쟁은 종결됐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일단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다 제재를 받은 빅3 보험사의 제재 수위를 어떻게 확정 할지다. 교보의 경우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당일에 전건 지급을 결정해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현 제재가 경감되지 않는 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CEO 해임은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업정지를 통해 상품판매가 일부 중단된다면 소비자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보장성 상품 중심인 생명보험사들이 몇달씩 주력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이들의 대면채널인 설계사 조직은 흔들리고, 조직 이탈은 결국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 미지급분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까지 고려한다면 보험사들에 대한 강한 제재는 경영악화로, 이는 다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백기를 들고 투항한 만큼 수위에 대한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금감원이 제재를 낮출 명분도 필요하다.

다음은 자살보험금 지급이다. 보험금 지급 결정이 났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서 보험금 수령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 앞서 지급한 보험사의 경우도 10% 정도는 유족을 찾지 못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유족을 찾아 당연히 받아야 할 보험금을 돌려주려는 각별한 노력도 필요하다. 보험을 팔 때 그렇게 고객을 찾아 발로 뛰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번 경우 유족에게 준 상처가 큰 만큼 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반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버텨왔다. 주주들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먼저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들의 주주들은 아직 이런 문제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빅3 주주들도 대승적 결과를 따라야 한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전환도 절실하다. 자살보험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자살 그 본질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때문이다. 자살이 사회면이 아닌 금융면에서 다뤄질 만큼 자살보험금을 안 주는 보험사도 문제지만 10만명당 OECD 평균인 12명의 두 배가 넘는 25명의 자살률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은 그동안 280만건이 팔렸다고 한다. 280만건의 계약중에 자살이 발생할 경우 앞으로는 무조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자살을 방조하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에 대한 대비로 각 보험사의 사회공헌 출연금을 대폭 늘려 자살방지를 위한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대표 격인 이들 보험 3사는 체면은 체면대로 구기고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을 끝까지 찾아 보험금을 전달하고 보험의 공익적 기능에 과감한 투자를 할 때 고객 신뢰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환 기자 gb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