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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지명기자]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동반성장모델 ‘좋은 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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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지명기자]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동반성장모델 ‘좋은 예’ 될까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시장에 머리 긴 손님이 없었어. 5일장이 붐벼도 시장이 있는 골목 안쪽까지는 안 들어와. 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왔는지 젊은 사람들이 몰려온 거야. 매일 이렇다면 정말 좋겠어.”

지난 27일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에서 20년간 상점을 운영해온 한 상인의 말이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내 문을 연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마트는 최근 공실이던 선산시장 A동 2층 1652㎡(약 500평) 공간을 노브랜드 매장과 청년몰로 꾸몄다. 420㎡(약 125평) 공간에는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섰고, 청년상인 17명이 운영하는 청년몰은 840㎡(250평) 규모다. 상생의 취지를 살리고자 노브랜드 매장에 가려면 청년몰을 거쳐 가도록 동선을 짰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아이디어와 매장 구성을 이마트가 아닌 선산시장 청년 상인이 주도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선산봉황시장에서 2015년부터 점포를 운영해온 김수연 씨(39)가 먼저 이마트 측에 제안했고 시장 상인도 설득했다. 이후 상인회 구성원들에게 100% 동의를 얻어내면서 청년 상생스토어가 문을 열게 됐다.

이마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 품목을 시장 상인회와 협의해 조정했다. 신선식품 중에서는 내륙 지역인 구미에서 생산되지 않는 생선, 조개 등 수산물만 판매한다. 수산물 외엔 주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 공산품 줌심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그간 대형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차별한 침투, 온라인쇼핑의 급성장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전통시장을 위시한 골목상권은 최근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05년 약 27조원이던 전통시장의 매출이 2013년에는 20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해선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이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5000원 이하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데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사용이 쉽지 않고 주차하기도 어려운 전통시장에 와서 생필품이나 과일을 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또 대형마트의 영업을 다시 제한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을 이용해보니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형마트에서 줄어든 매출이 골목상권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본래 취지인 골목상권 육성은 고사하고 대형마트 거래 업체들의 매출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산봉황시장은 거꾸로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만드는 자체상품(PB)을 판매하는 노브랜드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상생 모델이 전통시장과 청년몰 활성화에 도움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면 ‘영세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취지도 무색해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