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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상조 칼날… 유통업계 한여름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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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상조 칼날… 유통업계 한여름 살얼음판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김상조 위원장의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니까요. 저희도 ‘상생’을 강조할 수밖에 없어요.”

최근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 대통령 취임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 퍼런 칼날에 그동안 승승장구해오던 기업들에 줄줄이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는 한여름에도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 판이다. 최근 잇단 갑질 논란으로 유통업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검찰과 공정위까지 주목하면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먼저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2배로 강화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최근 행정 예고했다. 과징금 수준을 부당 반품한 금액 등 법 위반 금액의 30~70%에서 60~140%로 크게 높인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에 이어 전문 소매점도 타깃이 됐다. 지난달 말 H&B스토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를 점검한 데 이어 전자제품 전문 판매점인 하이마트까지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김상조의 칼날은 중간 유통업체에도 향했다. 납품업체에 갑질한 중간 유통업체는 대형마트·TV 홈쇼핑과 재계약하기 어렵게 된다. 대형 유통업체보다 중간 유통업체들의 횡포가 더 심하다는 납품 업체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를 보고 유통업계의 체질이 개선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봐주기 논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 공정위의 지난 흑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공정위의 조직과 인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가 낮다면 공정위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의 칼날은 ‘갑’(甲)을 향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을’(乙)의 눈과 귀가 공정위로 향하고 있다. ‘공정위’는 정말로 공정할 것인가. 스스로 답해야 할 때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