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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자살 마광수 “‘즐거운 사라’부터 너무 억울하고 한스러워” 의미심장 퇴임소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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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자살 마광수 “‘즐거운 사라’부터 너무 억울하고 한스러워” 의미심장 퇴임소감[전문]

정년퇴임 후 우울증세… 우울증 약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즐거운 사라' 저자 마광수의 정년퇴임 소감이 의미심장하다. /출처=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즐거운 사라' 저자 마광수의 정년퇴임 소감이 의미심장하다. /출처=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즐거운 사라’ 저자 마광수의 정년퇴임 소감이 의미심장하다.

5일 오후 1시 50분 경 소설가 마광수씨가 자택인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광수 씨가 베란다 방범창에 스카프를 이용해 목을 맨 채 발견된 점을 토대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한편 자살로 보이는 그의 죽음에 학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연세대학교 교수직을 퇴임하며 밝힌 소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정년퇴임 소감에서 “정년퇴임을 맞으니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한스럽다”며 운을 뗐다.

마광수는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잘리고, 한참 후 겨우 복직했더니 곧바로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얻어 휴직한 것, 국문과의 왕따 교수로 지낸 것, 그리고 문단에서도 왕따고, 책도 안 읽어보고 무조건 나를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 문단의 처절한 국외자, 단지 성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따라다니는 간첩 같은 꼬리표”라며 힘들었던 때를 열거했다.

이어 “내 육체는 울화병에 허물어져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지독한 우울증은 나를 점점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고 우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광수씨는 작년 8월 연세대학교 교수직에서 퇴임 한 후 우울증 증세를 보여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복 누나가 절에 가 자리를 비운사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마광수 교수의 빈소는 순천향병원에 마련돼 있다.

<마광수 교수 정년퇴임소감 전문>


정년퇴임을 맞으니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한스럽다.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잘리고,

한참 후 겨우 복직했더니 곧바로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얻어 휴직한 것,

그 뒤 줄곧 국문과의 왕따 교수로 지낸 것,

그리고 문단에서도 왕따고, 책도 안 읽어보고 무조건 나를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

문단의 처절한 국외자, 단지 성을 이야기했다는 이유 만으로 평생을 따라다니는 간첩 같은 꼬리표.

그동안 내 육체는 울화병에 허물어져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지독한 우울증은 나를 점점 좀먹어 들어가고 있고. 오늘도 심한 신경성 복통으로 병원에 다녀왔다.

몹시 아프다.

나는 점점 더 늙어갈 거고 따라서 병도 많아지고 몸은 더 쇠약해갈 것이고,

논 기간이 아주 길어 아주 적은 연금 몇 푼 갖고 살려면 생활고도 찾아올 거고.

하늘이 원망스럽다.

위선으로 뭉친 지식인, 작가 등 사이에서 고통받은 것이 너무나 억울해지는 요즘이다.

그냥 한숨만 나온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