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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나선 '효성',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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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나선 '효성', 득일까 실일까?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의 지배구조.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의 지배구조.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심사숙고’. 최근 지주사 전환에 나선 효성의 행보를 놓고 하는 말이다. 효성의 지주사 전환설은 파다했으나 효성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이해득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은 조현준 회장 체제를 단단히 하고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비용 대비 실익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오너 일가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이 시기적절한지도 고민이다.

이에 계산기를 다 두드린 효성이 과연 롯데에 이어 지주사 전환을 실행에 옮길지, 혹은 과거 삼성전자처럼 지주사 전환을 포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주사 전환 시 오너 지배력 강화


효성은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적 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지주사 전환을 가시화했다.

효성의 지주사 전환은 오너 일가가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해오며 일찍이 예고됐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오너가 지분율이 37.48%까지 증가했다. 현재 조 회장이 14.27%, 조현상 사장이 12.21%, 조 명예회장이 10.18%를 보유하고 있다.

분할 방식은 회사 주주들이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 주식을 나눠갖는 인적 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효성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활하고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사업회사 주식을 현물출자해 지주사 주식을 매입한다. 오너 일가는 이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고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이와 함께 사업부문별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의 장점으로 꼽힌다. 효성은 섬유와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등 7개 사업부문과 43개의 국내 계열사, 해외계열사가 69개 있다.

효성은 시장점유율 45%인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산업자재 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11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조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섬유 산업도 상반기 영업이익 1477억원을 달성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문별 실적이 안정화 단계를 넘어서 인적 분할을 할 적기”라며 “사업부문별로 인적 분할을 하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비용·시기적절성 ‘고민’


반면 지주사 전환에 드는 만만찮은 비용은 효성 입장에서 부담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 가액 합계가 자산총액의 50%를 넘어야 한다는 법률 요건에 따라 자회사 주식 취득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상장 수수료와 법인 설립 관련 세금 등도 발생한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 비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자회사 지분 획득 비용에 4조원 이상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대비 실익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한다. 대한경영학회는 2010~201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 중 금융업을 제외한 55곳의 기업가치를 분석해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가치(2014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 후 5년간 기업 가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효성은 오너 일가가 횡령·배임 소송에 휘말려 현시점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지난 2014년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4월 27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포기했다. 지주사 전환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것도 부담이 됐다.

한편 효성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지주사 전환은 논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