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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재계 ①] '무술년' 재계, '세대교체·성과주의' 원칙 속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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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재계 ①] '무술년' 재계, '세대교체·성과주의' 원칙 속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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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주요 그룹이 단행한 정기 인사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들이 2018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대부분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한 인사로 젊은 경영진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통상 그룹의 임원 인사는 1년 간의 경영 성과를 결산하고, 인력 조정 후 새로운 한 해의 경영 계획을 실천하는 첫 단추가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인사를 보면 새로운 한 해 경영 계획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 '세대교체' 인사…젊은 경영진 대거 등장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을 선도한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부문장이 기존 60대 중심에서 50대로 대폭 변경됐고,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의 주요 사장단들까지 50대로 전면 배치되면서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부문장에 김기남 사장(60)을, CE(소비자 가전)부문장에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장(57), IM(IT·모바일) 부문장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57)을 각각 승진시켰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8세로, 전임자의 평균 나이 64.3세보다 무려 6.3세나 젊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부사장 및 임원 인사에 이어졌고, 계열사를 넘어 재계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LG그룹도 세대교체를 원칙으로 한 인사를 실시했다. LG전자는 권봉석 HE(TV 부문)사업본부장, 권순황 B2B사업본부장. 박일평 소프트웨어센터장 3인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이들을 포함해 부사장 8명 등 총 67명을 승진 인사했다. 사장 승진자 중 권봉석 HE사업본부장(55)과 박일평 소프트웨어센터장(55)은 모두 50대다. 계열사 중에서는 LG생활건강의 김규완 상무가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상무는 1979년생으로 올해 39세다.

2016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젊은 경영진으로 대거 교체한 SK는 2018 임원인사에서 사장단 인사를 소폭 진행,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올해 SK 신임 임원의 평균연령은 49.7세로, 이 가운데 30%는 1970년대 생이다. 특히 이종민 SK텔레콤 미디어 인프라 랩장은 지난해 승진 발표 당시 39세로 최연소로 임원 별을 달았다.
범(汎) LG가인 LS그룹과 GS그룹도 50대 신임 사장들을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했다. 두 그룹의 CEO 평균 연령은 각가 57.7세, 59세다.

범 삼성가 기업인 CJ그룹도 계열사 수장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CJ는 주요계열사인 CJ제일제당 신임대표이사에 신현재 사장,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에 김홍기 총괄부사장이 각각 승진했으며 이들은 각각 57세, 53세다.

'신상필벌' 성과주의 인사 원칙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하고 부진하면 책임을 묻는다'는 신상 필벌에 입각한 인사 원칙은 올 인사에도 적용됐다. 기업별 사정에 따라 인사 폭과 방향성은 다르지만 '성과'를 앞세웠다는 점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을 낸 DS부문에서 승진자 221명 중 절반(44.8%)가량인 99명이 승진했다. 이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수치로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최근 3년간 DS부문 승진 규모를 살펴보면 2015년 58명, 2016년 57명, 2017년 41명으로 삼성이 그동안 신상 필벌을 강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재계 4대그룹 중 가장 늦게 인사를 낸 현대차그룹도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현대·기아차 159명과 계열사 151명 등 310명 규모의 '2018년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 348명보다 38명 줄었을 뿐 아니라, 2011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지만, 연구개발·기술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해당 분야에서만 137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 부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주의는 LG그룹도 맥락을 이어갔다. LG는 지난해 연말 하현회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4명의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LG전자에서 권봉석 HE사업본부장·권순황 B2B사업본부장·박일평 최고기술책임자(CTO), LG디스플레이에서 황용기 TV사업본부장, LG화학에서 노기수 중앙연구소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인화에 초점이 맞춰졌던 LG도 성과에 따른 차별 인사를 분명히 했다.

SK도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강화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서 우수 인재를 대거 발탁한 것. 이는 유망한 인재들을 대거 신규 임원으로 발탁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는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 중심의 인사원칙을 명확히 하고 유능한 인재의 조기 발탁과 전면 배치를 통해 혁신을 꾀했다”고 밝혔다.

◇ 여성 임원·글로벌 인재 중용


무술년 재계는 젊은 경영진 외에도 글로벌 인재와 여성 임원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은 2018 정기 임원인사에서 순혈주의를 탈피한 성과주의 기조를 원칙으로 재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승진자 221명 중 여성 승진 임원은 7명으로, 최근 3년 중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 또한, 외국인 인재도 4명이나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차에서는 여성 임원이 3명이 배출됐다. 현대엔지니어링 화공사업지원실장 김원옥 상무보A가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차 IT기획실장 안현주 이사대우는 이사로, 현대카드 디지털 페이먼트 실장인 최유경 부장은 이사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 임원인사에서 3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LG화학도 최초의 여성 전무와 외국인 임원을 선임했다.

SK그룹은 외국인 여성을 임원으로 등용해 눈길을 끌었다. SK는 중국 국적인 차이리엔춘 SK에너지 글로벌사업개발2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SK이노베이션 전략기획본부 중국사업 담당 임원으로 발령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전반에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성과주의’ 인사 원칙과 함께 젊은 경영인이 대거 등장했다”면서 “경영진의 세대교체로 젊은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남은 직원들에게는 조기 퇴직의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