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동대문 유통상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취재원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는데, 그게 탈이 났다”며 “본사에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이 누군지 색출하고 있다”는 취재원의 말을 보고했다. 취재원은 후배에게 문자로 “지금 기사 때문에 생사가 걸려 있는데, 도움은 못줄망정 전화를 피하냐”고 따지기도 했다. 화장실 가던 사이 잠깐 전화를 못 받은 것뿐인데, 돌아온 말들은 험했다. 험한 문자는 당시의 취재원의 상황을 방증한다.
복병은 취재원이었다. 이례적으로 취재원이 기사를 내려달라고 했다. 결국 대기업이 계약 연장을 약점 삼아 매장 주인에게 갑질을 한 것이지만 후속기사도 못쓰고 어쩔 수 없이 기사를 내려야 했다. 취재원은 “후속기사를 낼 경우 영원히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매장을 빼게 되면 제대로 장사도 못해보고 투자금만 날린다”고 하소연했다.
다 늦은 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온 후배는 허탈해 했다. 기사를 내려서 허탈한 게 아니라, 대기업의 연속되는 갑질을 그냥 보고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후배는 기업의 못된 짓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낮에 보고하지 않고, 밤늦게 보고를 했다. 후배만도 못했다. 취재원 한 명의 피해는 줄였지만, 그 기업은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하청업체와 매장 주인들에게 갑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때 어떻게 해서든 취재원을 설득했더라면 아쉬움만 남는다. 후배보다 못한 선배임을 자인한다. 2018년에 반복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