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용도 안봉근도 모르는 ‘0차 독대’(종합)

공유
4

이재용도 안봉근도 모르는 ‘0차 독대’(종합)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공판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17차 공판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이날 공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그에 대한 증인신청은 취소됐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재판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朴 만난 적 절대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0차 독대’라고 불리는 지난 2014년 9월12일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집요하게 캐물었다. 특검은 같은해 9월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진행된 1차 독대 보다 3일 앞서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났다고 본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증언만으로 0차 독대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 역시 안 전 비서관을 청와대 안가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안봉근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명함교환을 했다고 하는데, 왜 그러한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 안가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나지 않았다.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치매에 걸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0차 독대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안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서다. 하지만 안 전 비서관은 지난 18일 열린 1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한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지난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열린 것으로 추측되는 ‘0차 독대’는 당사자인 이 부회장도 증언자인 안 전 비서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에서 청와대 안가를 처음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 처음 방문할 때 안가 위치를 몰라서 세종문화회관을 지날 때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며 “당시 kt 빌딩 앞에서 전화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도 기억난다”고 언급했다.

특검이 0차 독대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내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변경되기 전의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삼성의 현안을 인지하고 1차 독대가 있기 전 합의를 거쳐 이 부회장에게 요구를 했다고 명시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이 부회장이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0차 독대가 실재했다면 이 부회장이 먼저 청탁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도와줘야할지 파악했다는 것으로 사건 진행경위가 거꾸로 된다. 0차 독대를 두고 양 측이 대립하는 이유다.

◇ “경영승계라는 특검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과 달리 2심 피고인 신문에 보다 확고한 태도로 임했다. 신문 시작부터 이 부회장은 특검에 ‘경영권 승계’에 대한 뜻을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건희 회장 유고시 삼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에 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1심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대주주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산술이다. 사회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진정한 경영인이 되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실력으로 삼성 임직원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영자로서 계열사 지분을 얼마나 소유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기업인이 투자한 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죄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말했다.

현재 받고 있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개인적인 이익 추구 목적이 절대 아니다”며 “훌륭한 기업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검의 승계 및 승계작업 논리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