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지난 28일 정만기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산업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정 회장은 산업부 차관 취임 초기부터 ‘차세대 성장동력 강화’를 강조했었다. 그는 산업부 차관 당시 경제자유구역 내 에너지와 바이오 등 신산업 유치를 이끌어내고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도입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해온 인물이다.
정 회장은 이날 에너지 신산업과 바이오헬스,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수소차, 웨어러블디바이스, 차세대 전지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다만 정 회장은 무분별한 지원을 경계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한 뒤에 정부가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신산업 육성에 관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해왔다”라며 “정부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정 회장은 규제개혁과 R&D의 생산성 강화를 꼽았다.
정 회장은 “아이디어는 좋으나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군사보호구역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같은 규제를 실제 해소할 수 있을지는 실무적으로 더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각 부처에서 규제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고민하며 실무적인 차원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와 함께 ‘R&D의 생산성 강화’도 주문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총 R&D 비용이 65조원으로 세계 5위이지만 투자 대비 생산성은 낮다.
특히 정 회장은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업이 과제 선정부터 기술 개발, 사후 활용까지 맡아서 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과제를 지원하고 R&D 관련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 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우리나라는 연구자들이 서류 작성하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며 “관련 규제를 풀어 연구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예로 든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연구중심대학 와이즈만 연구소는 특허 로열티만 1조원에 달한다. 이 연구소는 보고 시간은 짧고 실적 중심으로 연구자들을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라엘을 포함해 해외 대학의 경우 R&D 과제의 30%가 기업이다. 정부 과제 비중이 95%에 달하는 한국과 다르다.
민간의 자율성도 낮지만 기초연구 격차는 선진국과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인프라부터 차이가 있어 선진국의 기초연구를 따라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특정 분야에서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기초연구를 빠르게 습득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스마트 인더스트리 구축을 통해 생산성과 다양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라며 “중국이 따라잡는 분야는 구조조정을 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