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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회장 이상한 처신… 보험설계사들과 전쟁 선포, 삼성맨 이수창 특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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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회장 이상한 처신… 보험설계사들과 전쟁 선포, 삼성맨 이수창 특혜까지

이수창 전 회장 전관 예우 논란까지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의 톡톡튀는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전 회원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사장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하는 가하면 신년 보고를 생략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수창 전임 회장의 고문 영입, 설계사 4대보험 반대, 수당 지금 연기 등도 화제다. 사진은 손보협회와 생보협회의 보험사기 척결 유공자 시상식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의 톡톡튀는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전 회원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사장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하는 가하면 신년 보고를 생략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수창 전임 회장의 고문 영입, 설계사 4대보험 반대, 수당 지금 연기 등도 화제다. 사진은 손보협회와 생보협회의 보험사기 척결 유공자 시상식 모습.
[글로벌이코노믹 김재희 기자] 신용길 신임 생명보험협회 회장의 톡톡 튀는 행보가 연일 화제다.

신용길 회장은 취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연말 새 회장으로 신용길 당시 KB생명 사장을 뽑았다. 세간의 예상을 뒤집는 인선이었다. 역대 생보협회 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이 유난히 많다.
생보협회의 상근 회장 제도는 1979년부터 시작됐다. 생보협회가 발족한 것은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이지만 1979년까지는 비상근체제로 운영해왔다. 그런 면에서 사실상 독자적인 생보협회 경영은 1979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근제 전환 이후 첫 회장은 오임근이다. 오임근 회장은 일제 강점기 문관 시험을 통해 관직에 올랐다. 해방 후 기획처 예산국장과 재무부 차관 그리고 경상북고 도지사 등을 역임하다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생보협회의 첫 상근회장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상임 회장은 길재호다. 비상근까지 포함하면 24대 회장인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나는 새도 떨어드린다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민주공화당 사무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거물이다. 25대 회장은 장승태였다. 장승태 회장은 박정희의 유신시절 국회의원과 체신부 장관을 지냈다. 26대 회장은 이대용이었다. 육군 준장까지 역임한 군인 출신이다. 월남 패망 당시 주 사이공 한국대사관 공사 시절 베트남 정부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대용 회장에 이어 정소영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7대 정소영 회장은 재무부 차관과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보험회사 출신이 생보협회 상근회장에 올랐다. 28대 회장인 이강환이 그 주인공이다. 이강환 회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교보생명에 들어가 교보생명 사장 부회장 그리고 교보문고 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상근회장으로서는 첫 업계 출신인 셈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은행장 출신의 배찬병 회장이 29대 회장에 올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에서 부장 전무 행장 등을 역임한 정통파 은행맨이다. 배찬병 회장에 이어 남궁훈 회장이 30대 회장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의 일이다. 남궁훈은 재무부 세제실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다시 관료출신 회장을 발탁한 것이 이채롭다. 남궁훈 회장은 신한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31대 회장은 이우철이다. 이우철 회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위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2008년 12월 생보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발탁된 회장이다. 역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던 2011년 12월 김규복 회장이 3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규복 회장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그리고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수창 회장이 33대 회장으로 발탁됐다. 이수창 회장은 삼성생명에서 잔뼈가 굵은 보험맨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은퇴 후 한동안 쉬다가 생보협 회장을 맡았다. 지금의 신용길 회장은 이수창 회장의 후임이다.

이처럼 신용길 회장 이전의 역대 회장들은 거의 대부분 고위관료 출신이거나 권력 실세의 최측근이었다. 이런 전통 탓인지는 몰라도 지난해 연말 생보협회가 34대 회장을 뽑을 때에도 관료 출신의 하마평이 쏟아졌다. 재무부 관료 출신의 양천식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진영욱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박창종 전 생명보험협회 부회장 그리고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재무부 출신의 김용덕 회장이 손해보헙협회 회장으로 뽑히면서 손보보다 영향력이 더 큰 생보협회에 강력한 실세 회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와중에 신용길 회장이 탄생했다. 신용길 회장은 1992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2013년 은퇴한 후 2015년부터 KB생명 사장으로 재직하던 보험 맨이었다. 신용길 회장은 1952년 천안 태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이가 같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어문학도이다. 해운회사에 다니다가 뒤늦게 유학을 가 미국 남부 애틀란트에 있는 조지아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교보의 신용호 회장에게 발탁되어 기획조정부장과 이사 그리고 사장 등으로 승진했다. 신용호 교보 회장과 이름이 비슷해 집안이라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생보협회 회장으로 발탁될 당시 신용길 회장은 KB생명 사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KB생명의 경영실적도 그다지 양호하지 않았다. 보험계 일각에서는 KB생명 사장으로서의 재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았다. 시중 용어로 신용길 사장은 꺼진 불이었던 것이다. 나이도 올해 만 66세로 적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생보협회 회장에 오른 만큼 당시로서는 세간의 큰 화제가 됐다. 고위관료 출신 등의 하마평을 뚫은 비결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됐다. 고위관료 출신 등의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보험사 사장 출신의 보험맨이 회장에 오른 사실은 세간의 화제였다. 물론 금융권에서는 신용길 회장이 교보의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오래 지내 정치권과의 네트워크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네트워크가 작동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손보협회 김용덕 회장 선임에 이어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은행연합회 회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관치금융 올드 보이들의 복귀에 대한 역풍이 불었고 그 와중에 신용길 회장이 뜻하지 않게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신용길 생보협회 회장 카드는 파격적이었다. 그런 만큼 말도 많고 주목도 많이 받았다.

취임 이후 보여준 행보도 연일 화제다. 모든 회원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다니는 것부터 관심의 받았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홍보 관계자는 “예고 없이 혼자서 직접 보험사들을 찾는 바람에 간혹 '쇼통'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소통 차원에서 새로운 문화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기관장으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신용길 회장 본인이 생보사 사장 출신인 만큼 일선 보험사 경영진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에는 그 어떤 회장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보험사 경영진 출신으로 경영진들의 의견 수렴에만 너무 경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은 그 속성상 공공성이 매우 높다. 그런 만큼 경영진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기로서의 공적 역할도 중요할 수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고위관료들을 생보협회 회장으로 추대해 온 것은 이 같은 공적 역할을 중요시한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신용길 생보협회장
신용길 생보협회장


신용길 회장은 취임 이후 설계사들에게 4대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수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보험사 사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의견을 가질 수가 있다. 설계사 4대 보험 부여는 노조의 오랜 숙원이고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와 정부 여당이 심각하게 고민한 사안이다. 이런 예민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고도 진지한 검토 없이 보험사 사장 때의 생각을 그래도 피력한다면 생명보험협회의 공적 기능에 흠이 갈 수도 있다. 설계사 4대 보험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 사람이 우선인 세상과 맞닿아 있다.

신용길 회장은 또 설계사에게 주는 보험 유치 수당제도를 고쳐 첫해 지급 분을 줄이고 그 이후 지급 비율을 늘렸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상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이 또한 당사자인 설계사들이 반대해 온 것이다. 고객들이 중도 해지하면 그 피해가 셜계사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설계사도 엄연히 보험의 한 구성원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이라는 자리는 생명보험사 사장들의 이해만 대변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다양한 보험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보험 산업 전반을 균형있게 키워가야 할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에게는 금융의 사회적 책무를 감당할 의무도 있다.

신용길 회장은 모든 회원사를 돌아다니는 그 바쁜 와중에 전임 이수창 회장을 협회 고문으로 추대했다. 선배의 오랜 경륜을 보험산업 발전의 토대로 삼고자 하는 선의일 것이다. 선배를 챙기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김재희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