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산업은행측이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건설계 빅딜이었던 만큼 자회사 관리 부실 책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영업손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호반건설은 8일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지정한 뒤 매각이 진행된 약 9일간 호반건설측은 인지하지 못한 부실이었다. 본래 경영 재무상태가 튼실하지 못하다는 건 알았지만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손실금이라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측은 결정적으로 잠재 부실 규모가 장차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모로코외에도 에디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사업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미청구공사 규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청구 공사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5% 늘었다.
산업은행은 7일 호반건설측과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중간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을 숨겨 매각이 무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상장사의 미공개 실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없다"며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사전에 대우건설 부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장에서 자재 등에 돌발문제가 생겨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다반사다"며 "사전에 몰랐다면 이번엔 자회사 관리 능력 부실이라는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건설외에 남은 M&A 건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처럼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고 말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