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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프랜차이즈는 왜 '김상조호' 공정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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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프랜차이즈는 왜 '김상조호' 공정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김상조 위원장님, 이렇게 만나뵙게 돼 영광입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팬입니다.”
“공정위 노고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의 칼 끝이 프랜차이즈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고 주문이라도 걸고 있는 듯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9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본부 대표자가 만난 간담회장은 거의 세 시간 가까이 경직된 분위기가 풀어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본부 간담회’에서 3분 발언권이 주어진 가맹본부 대표들은 주어진 순서대로 마이크를 잡았다.

간담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자리가 마땅치 않아 바닥에 앉아 취재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표자들이 모였다는 점 외에도 이례적인 방침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그동안 공식적인 인사말이 끝나면 취재진 분들이 퇴정하고 비공개 회의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건 그만큼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현장에 계신 분들께 당부보다는 진심으로 가맹본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감사, 격려의 말씀을 드리는 자리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개된 행사에서 하고 싶은 말 다 하시면 공정위가 정책에 충실히 반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목소리와 공정위의 목소리를 모두 듣기를 바랐던 이 자리에서 취재진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기대했을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3분 발언 시간이 주어졌지만 3분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총 2시간 40여 분간 진행된 시간 동안 공정위를 향해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는 사람도 없었다. 각 업체들은 돌아가며 자사 상생안 진행 사안을 ‘브리핑’했다. 사실 ‘브리핑’이라는 단어도 조금 세련됐다. 마치 유치원생들이 ‘주말 동안 잘한 일 있으면 얘기해볼까요?’라는 선생님의 말에 앞다퉈 부모님 심부름을 했다, 엄마 말씀을 잘 들었다, 밥을 남기지 않고 먹었다는 답변을 내놓는 모양새 같았다.

각 업체가 발표한 내용은 이미 보도된 바가 있고 자료로도 꾸준히 알리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원부자재 가격을 인하했고, 지원금을 주고 있고, 꾸준히 가맹점주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취재진들의 귀는 끝까지 희망의 실마리를 놓지 않았다. 누군가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이라고 운을 떼면 간담회장 안의 공기가 집중됐다. 하지만 결국 “가맹점주와의 소통입니다”라는 ‘했던 얘기’를 또 늘어놓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만다. 그렇게 자사 상생 협력 진행 방안을 잔뜩 늘어놓은 업체들은 마지막에 꼭 김 위원장을 향해 미소를 보냈다. “팬입니다”, “영광입니다”, “노고에 감사합니다” 같은 발언이 뒤를 따랐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공정위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눈치만 보며 소중한 3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 마음이 쓰렸다.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대표,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사장, 김성영 이마트24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진성 사과나무 대표,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 최홍수 이디야 부사장, 유광진 쥬씨 본부장, 김상형 롯데지알에스 본부장, 원성민 한국맥도날드 부사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본부장, 김명환 본아이에프 대표, 황학수 교촌에프앤비 사장, 김영목 이니스프리 대표, 김현 바르다김선생 본부장. 이렇게 많은 외식업계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기억나는 발언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충격이기도 했다. 그나마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의 ‘임차료 문제’ 지적이 공정위에게 고민을 안긴 유일한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임차료 상승 문제로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최근 프랜차이즈의 위기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각종 리스크에 공정위까지 냉정한 결정을 내리면서 요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몸을 사려야만 했다. ‘프랜차이즈 죽이기’, ‘프랜차이즈만 봉’이라던 그들이 김 위원장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고 말았다. 그들이 말하는 프랜차이즈의 위기는 끝날 수 있을까. 그 분수령이 되길 바랐던 간담회는 그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