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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치권의 비겁한 ‘선거연대 病’ 또 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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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치권의 비겁한 ‘선거연대 病’ 또 도졌다.


뉴미디어부 라영철 부장(모빌리티 팀장)
뉴미디어부 라영철 부장(모빌리티 팀장)

바티칸의 금서 ‘군주론’에서는 ‘군주의 가장 확실한 기반은 자신의 군사력’이라고 했다.
이는 자신의 군대가 없으면 어떤 군주국이든 절대 안전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을 방어할 힘과 충성심이 없어 오로지 행운에만 의존해야 할 처지임을 강조한다.

또한, 자신의 힘에 기반을 두지 않는 권력의 명망만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서 자신의 군대란 자신이 통치하는 국가의 백성이나 시민 혹은 부하들로 구성된 군대를 말한다. 그 외에는 모두 용병이거나 지원군으로 분류된다.

책에서는 로마제국이 쇠퇴하게 된 초기 원인의 사례를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리포스를 비롯한 다른 많은 공화국과 군주들이 어떻게 무장하고 스스로 조직을 갖췄는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현명한 군주라면 외국 군대의 도움으로 얻은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고 평가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우리의 과거 역사에서도 삼국시대를 비롯해 조선 시대와 근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상황이 매우 흡사한 수많은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우리 정치권도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이 창당·합당하고 후보 간 합종연횡 등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정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생 능력이 없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정체성도 없이 통합하고 갈라진다. 결국, 남의 힘을 빌려 권력을 움켜잡고선 혀끝으로만 행세하려는 정치권이 제대로 된 민생을 챙길 리는 만무하다.

이런 정치권의 ‘선거연대병(病)’ 이 또 도졌다. 곧 있을 6.13 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들만의 리그’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승리를 목적으로 결성한 추악한 담합을 계획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극한 대립을 하면서도 '기득권 지키기'와 '나눠 가지기'를 위한 선거연대를 결성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닌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겉으론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며 싸우면서도 뒤로는 쑥덕이며 밀실야합을 시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 개혁안이 좌초되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담합을 규탄했다.

정의당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기초의회 선거구가 쪼개기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후광 뒤에 숨어 잇속 차리기 바쁜 민주당 지방 권력과 지방 적폐 수호자를 자임하는 한국당이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힐난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그렇게 외치던 협치가 바로 한국당과 기초의원 선거구 개악인가”라며 “조금만 수틀려도 국회 보이콧을 하는 한국당이 이번엔 뭐가 그리 좋아서 민주당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느냐”고 비꼬았다.

의석수 고민에 빠진 평화당은 ‘안철수-남경필 선거연대·후보단일화설’을 퍼뜨리며 진보연대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선거연대를 노골적으로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에 이를 수 없는 14석뿐인 평화당은 공동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서는 6석의 정의당과 싫든 좋은 손 잡아야할 처지다. 평화당이나 정의당 모두 캐스팅보트로서의 위치가 위태롭다는 위기감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평화당-정의당 원내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추진되자, 바른미래당은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평화당을 ‘민주당 2중대’로 규정했다.

‘선거연대는 없다’고 밝힌 자유한국당도 내부에서는 ‘여권으로 기운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면 보수가 결집하는 수밖에 없다’는 ‘연대론’이 꿈틀하고 있다.

캐스팅보트의 명분 경쟁에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도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날선 언쟁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갈수록 비겁하며 뻔뻔해지고 있다.


라영철 기자 lycl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