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곤경에 처한 아베 신조 총리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가운 시선은 정치적으로 불쾌할 뿐만 아니라 향후 경제적 압력을 시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시장에 대한 미국의 호전적인 태도가 일본에는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중국을 향한 수출에서 번성하고 있지만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의 결과에 따라 중국 수요가 감소하면 일본 또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산업 기계 제조업체의 주식이 많이 팔릴 수 있다. 이후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발전하여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 특히 해외 수요 의존 경향이 강한 일본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이와 함께 시장이 불안정하면 엔고는 불가피하다.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를 차입하여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를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수출은 경쟁력을 잃고 엔화로 환산한 해외 이익은 낮아지게 된다.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백악관은 관세법의 일시적인 적용 제외 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친구'처럼 지내 왔던 아베 총리를 굳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전 세계에 내비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힘써온 아베 총리에게는 초조함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또한 모리토모(森友)학원의 문서 조작 스캔들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의 권위는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대미 무역 흑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는 690억달러(약 73조8300억원)에 달했다. 흑자가 큰 만큼 영향도 클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아베 총리에게 엔고를 향한 환율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본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워싱턴은 중국을 제1의 적으로 삼고 관세법을 일파만파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의 정황을 살펴보면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우정이 오히려 아베 총리와 트럼프의 우정보다 깊어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아베 총리를 미·중 무역 전쟁이 고통을 주는 형상이다. 향후 일본에 후유증이 얼마나 가중될지 주목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