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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연내 반도체 매각 완료 불발 가능성 높다... 첫번째 이유는 중국 독점금지법 승인 얻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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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연내 반도체 매각 완료 불발 가능성 높다... 첫번째 이유는 중국 독점금지법 승인 얻지 못해

무역마찰로 인한 중국 상무부 결정 영향론과 SK하이닉스 견제론 대두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이 2017년도 내에 완료할 수 없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료=도시바이미지 확대보기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이 2017년도 내에 완료할 수 없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료=도시바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경영 재건중인 도시바가 당초 예정했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TMC)'의 매각 완료(클로징) 시점을 2017년도 내에 끝낼 수 없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중국 상무부로부터 독점금지법의 승인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각에 반대하는 글로벌 헤지펀드 주주들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 지면서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 은행의 주력 라인 등 거래 은행단은 도시바에 총액 6800억엔(약 6조8170억원)의 라인을 설정하고 왔지만, 연내에 매각이 완료되면 라인을 닫을 예정이었다. 매각 자금을 확보한 이후 도시바의 자금 사정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 하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매각이 4월 이후로 미뤄지자 은행단은 금액을 4000억엔(약 4조100억원) 규모로 축소했으며, 1개월마다 연장하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메모리 사업 등의 호조로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중점 추진 분야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각 지연의 원인이 중국 상무부에 의한 독점금지법의 승인을 얻을 수 없었다는 점은 맞지만, 심사 상황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 승인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메모리 자회사의 양수인은 미국계 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으로,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SK하이닉스도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베인캐피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중국 상무부의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SK하이닉스에 더욱 힘을 실어줄 기회가 될 이번 거래에 대해 "중국이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도체 사업은 중국의 국책 사업으로 강력한 경쟁자인 SK하이닉스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3월 말 도시바의 자기 자본은 4600억엔으로 2분기 연속 자본 잠식은 피했다. 도시바는 당초 TMC의 매각에 따라 3월말의 채무 초과를 회피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2월 해외 헤지 펀드를 인수 대상으로 한 약 6000억엔(약 6조1666억원)의 증자를 성공시키며 급한 불은 꺼둔 상태라 반도체 매각이 늦어도 그리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4월 1일 도시바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구루마타니 노부아키는 3일 열린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 "계속 조기에 양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무리한 증자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베팅한 상태로 경영 간섭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시바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펀드의 대표는 "해외 선수 중에는 메모리 자회사를 베인캐피탈에 매각할 것이 아니라 상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으며, 혹은 2조엔(약 20조500억원)이 아니라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도시바의 주주가 된 홍콩의 헤지펀드 정보업체 액티비스트는 도시바 측에 "수익원인 반도체 자회사를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만약 중국의 심사가 6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6월말 정기 주주 총회에서 이러한 견해를 가진 주주들을 주축으로 메모리 매각에 반대하는 위임장 쟁탈전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 우려가 실제 상황으로 변하게 되면 도시바메모리의 연내 매각 마무리는 물건너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