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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트럼프, 여론 조작 의혹... 옵서버지 "5000만명 정보 英 CA에 부정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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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트럼프, 여론 조작 의혹... 옵서버지 "5000만명 정보 英 CA에 부정유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져

페이스북 스캔들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격론은 결국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자료=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 스캔들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격론은 결국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자료=페이스북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약 20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여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영국의 가디언그룹 소속 옵서버 지가 지난 3월 17일 터뜨린 특종 기사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 이용자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 캠브리지 아나리티카(CA)에 부정 유출, 트럼프 진영이 대선에서 유권자의 투표 행동을 분석하고 조작하는 데 사용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흡한 페이스북의 초기 대응


내부 고발한 CA의 전 직원에 따르면, 이 회사와 연결되는 캠브리지 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코간은 2014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심리 퀴즈를 실시했고, 약 27만명의 이용자가 이 퀴즈에 참여하여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코간에 전달하기로 동의하면서 데이터는 CA로 흘러갔다. 그러나 코간은 이 27만명의 계정에 들어있는 약 5000만명의 친구·지인의 개인정보를 동시에 입수하여 CA에 공여했다. 당시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제3자에게 걸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페이스북의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5년 데이터 유출을 알아챘지만, CA에 개인정보의 삭제만 요구했을 뿐, 5000만명의 '피해자'들에게 데이터가 제3자에게 흘러갔음을 통보하지 않았다. 즉 페이스북의 초기 대응이 매우 허술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이 트럼프를 이기게 했다?


CA는 소비자와 유권자의 행동에 대한 빅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민의 성격, 기호, 정치사상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미래의 행동을 예측한다. 또한 코간이 실시한 심리 퀴즈 결과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면 그 사람의 소득 수준, 취미와 정치사상, 투표 행동 등을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CA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기업이나 정당에 넘겨주고 판매 이익을 얻고 있다.

옵서버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 배경에는, CA에 의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분석이 있다. 트럼프 진영은 CA의 분석 결과에 의거해, 경합 주에서 유권자의 정치사상에 맞춘 개별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표를 줄이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권의 수석 전략 담당 보좌관이었던 우파 포퓰리스트 스티브 바논은 한때 CA의 간부로 일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전력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대선에서 유권자의 투표 행동을 좌우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자사의 대응에 잘못이 있었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3월 하순 독일 등의 신문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우리는 당신의 개인정보를 지키겠다는 책임을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있다


유럽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미국보다 훨씬 강하다. 이 때문에 옵서버가 데이터의 부정 유출에 대해 보도하자 유럽 각국 정부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럽위원회의 벨라 사법 담당 집행위원은 "개인정보 보호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이번 스캔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용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정권의 카타리나 바를레이 사법 장관도 페이스북의 유럽 자회사 임원에 대해 법무부로 출석해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자회사 임원은 증언에서, CA에 데이터가 부정 유출된 5000만명의 약 1%는 유럽에 살고 있던 시민으로 독일인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은 즉각 데이터가 CA로 흘러들어 갔던 모든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EU는 올해 5월 25일부터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시행한다.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즉시 통보하도록 의무화 된다. 또한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처벌이 매우 엄격한 데 있다. GDPR를 위반하면 최고 2000만유로(약 26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최대 4% 중 많은 편이 부과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를 준수하기 위한 시스템과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제도가 정착된 이후에는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져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오늘의 소셜 미디어는 많은 시민의 정보원이기 때문에, 여론의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특히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소셜 미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에른 기독교 사회연합(CSU)' 등 다른 정당도 AfD의 흉내를 내려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을 견제해 "정부는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호소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CA의 데이터 분석이 트럼프 승리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이번 스캔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이를 이용하려는 무리는 "이 또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모두가 원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