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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정자은행에 정자제공 필수조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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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정자은행에 정자제공 필수조건 논란

'당에 충성' 포함 사상교육 강화 '자궁'까지 냉소

베이징대학 부속병원이 정자 제공조건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이라는 항목을 내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대학 부속병원이 정자 제공조건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이라는 항목을 내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의 하버드'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베이징대학의 부속 공립병원이 최근 원내의 정자은행에 정자를 제공하는 필수 조건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이라는 항목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의 사상 교육 강화가 자궁에까지 미치고 있는 징후"라는 냉소가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서 최대 규모의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베이징대학 제3의원은 4월 4일(현지 시간) 정자 제공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시지 앱 웨이신(微信, WeChat)의 공식 계정에 올린 공지사항에서 정자 제공 조건으로 "유전성 질환 및 감염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건전한 사상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제시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정자 제공을 희망하는 20~45세의 남성은 "사회주의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 지도부를 지지하여야 하며, 당의 이념에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품행이 방정하고 성실히 법률을 준수함과 동시에, 정치적인 문제가 없는 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다만, 정자와 전반적인 건강을 체크하는 두 차례의 검사에 합격한 제공자는 5500위안(약 93만원)을 지불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제공자가 정치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국내에서 운영되는 정자은행은 23개소뿐이라 대부분은 정자 제공자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정자은행의 제공 조건에는 이번 베이징대학에서 제시한 공산당에 충성이라는 항목을 찾아볼 수 없다.

베이징대학 제3의원의 캠페인이 대륙 내에서 논란이 일면서 위챗과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상에서 "애당심은 정자에서 비롯된다", "그들은(병원)은 생물학을 배우지 못했을까.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등 비아냥 섞인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중국 공산당에 충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포함한 베이징대학 제3의원의 인터넷 게시물은 6일 밤에 삭제됐다. 하지만 캠페인 자체는 5월말까지 지속될 계획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