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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의 속보이는 마케팅… 부채표 미세먼지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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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의 속보이는 마케팅… 부채표 미세먼지 마스크?

부채표가 선명한 동화약품의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동종업체들의 미세먼지 마스크는 회사 로고가 작거나 아예 뒤면에 표시돼 있어 동화약품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온라인 쇼핑몰
부채표가 선명한 동화약품의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동종업체들의 미세먼지 마스크는 회사 로고가 작거나 아예 뒤면에 표시돼 있어 동화약품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온라인 쇼핑몰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직장인 김지혜(27·서울시 중구)씨는 최근 미세먼지와 황사가 걱정돼 마스크를 찾다가 ‘부채표 마스크’를 발견했다. 마스크도 기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정보를 많이 들었지만 김 씨는 ‘까스활명수’와 ‘후시딘’으로 이미 유명한 동화약품의 부채표 모양을 보고 마스크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부채표 마스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긴 했지만 부채표만 믿고 덜컥 아무 생각 없이 샀다는 생각이 들어 찝찝했다.

황사마스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처럼 기능보다 업체 이름을 내세우는 방식의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18일 생활용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황사 마스크 시장 규모는 약 700억원으로 추정되고, 국내에만 300개 넘는 황사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황사 마스크’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한국쓰리엠도 지난 2월 마스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배 증가했다.

또 최근 수요증가로 일동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한미약품, 유한양행,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도 황사·미세먼지마스크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업체들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안전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판매 마케팅도 늘었다. 보건당국의 인증마크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함정은 이런 마케팅에 있었다. 보건당국의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마스크의 성능이 좋은 건 아니여서다. KF인증은 일반적으로 ‘KF80’, ‘KF94’, ‘KF99’ 등과 같이 숫자와 함께 사용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크다.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높을수록 산소 투과율이 낮아져 호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황사·미세먼지 수준과 개인 호홉량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품 구입 시에는 ‘KF 등급’과 ‘의약외품’ 문구가 명시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미세먼지 마스크 구입시 이런 구체적인 내용까진 고려하지 않는다. 동화약품이 마스크에 부채표 마케팅을 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약국판매용 제약사 마스크는 회사 로고를 상단이나 뒷면에 조그맣게 넣어놓고 새로운 마스크 라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동화약품의 황사용 마스크는 부채표가 큼지막하게 제품 앞면 중앙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제품명보다는 ‘동화 황사마스크’, ‘부채표 마스크’로 통칭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업계 안팎에서도 마스크에 대한 특허나 특별한 기술이 없는 상태라면, 제약회사라고 해도 마스크의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만드는 황사마스크라고 해서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관련 특허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제약사가 잘 하는 분야와 황사마스크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업체가 공기청정기를 잘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비슷한 내용인데, 황사마스크를 선택할 때 제약사가 만들었다는 점이 기준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