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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 기업 테슬라 CEO 새 타깃은 NTSB... "정보 공개 1년 이상 지연 합의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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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 기업 테슬라 CEO 새 타깃은 NTSB... "정보 공개 1년 이상 지연 합의 용납 못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가 빠르면 1년, 늦으면 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는 시간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테슬라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가 빠르면 1년, 늦으면 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는 시간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테슬라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글로벌 전기자동차(EV) 선도 기업 '테슬라(TESLA)'는 호전적인 기업으로 적이 많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금까지 판매점이나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미디어 관계자 등과 논쟁을 벌여왔다. 그런 머스크가 새로운 타깃을 설정했다. 바로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다.

NTSB는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3월 23일 발생한 '모델X'의 충돌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4월 12일 이후 테슬라를 조사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사고 정보를 언제, 어떻게 공표할지에 대해 양자 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테슬라가 3월 30일 일방적으로 공개한 발표에 대해 NTSB는 "매우 불쾌하다"고 표현했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인 NTSB는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조사 중에도 사실 관계를 발표하기는 하지만, 사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면밀하고 상세한 보고서의 준비가 갖추어질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일반적으로 최소한 1년, 늦어지면 2년을 넘기기도 한다.

NTSB가 내세운 원칙과는 달리, 테슬라는 "어떤 사실이든 가능한 한 빨리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후 1주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테슬라는 사망한 드라이버가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켠 상태로 주행 중이었음을 밝혔다. 즉 사고당시 차선을 지키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작업은 컴퓨터에 맡겨졌다는 것을 뜻한다.

오토파일럿 작동 중에 드라이버는 핸들에 손을 얹고 주의 깊게 도로를 주시하며 시스템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지 감시하도록 되어있다. 테슬라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충돌 전 6초 동안 드라이버의 손이 핸들에 놓여 있지 않았으며, 약 5초 동안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사실이 시스템 로그에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사고의 책임이 모두 드라이버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NTSB는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테슬라가 정보를 공개하고 실질적으로 "사고 책임은 드라이버에게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NTSB와의 계약을 위반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NTSB는 "모든 당사자는 기밀을 지켜야 하며 당국이 정리해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11일 성명에서 "NTSB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요구가 공공의 안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NTSB와의 합의에서 벗어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테슬라는 투명성을 지지하고 있으며, 정보 공개를 1년 이상 지연시키는 합의를 용납할 수 없다"며 NTSB의 원칙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테슬라는 로버트 섬월트(Robert Sumwalt) NTSB 위원장이 전날 전화로 머스크에게 '추방'을 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러한 테슬라의 주장에 대해 NTSB는 성명에서 "종종 불완전한 정보를 발표함으로써 사고 원인에 대한 억측과 부정확한 가설이 태어나며, 나아가서는 조사 과정과 공중의 불이익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머스크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이전부터 NTSB의 관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왔다. 자동차 업계의 규제 당국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며, NTSB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실 NTSB의 역할은 사고 조사와 관계 기관에 대한 안전 권고의 임무로서 규제 권한은 없다. 이번 사고에 대해 NHTSA 측도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TSB의 조사가 계속되는 한 테슬라의 이탈은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테슬라는 차량 센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대해 NTSB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술적인 백업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거부했다고 해도 NTSB는 법적 강제력을 사용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일반적으로 공평하다고 인식되는 정부 기관에 대해 분노를 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6년 5월 테슬라의 '모델S'가 트레일러에 충돌하면서 드라이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은 역시 오토파일럿이 작동 중이었다. 당시 NHTSA는 사고 원인을 드라이버의 과실로 시스템에 결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몇 달 후 NTSB는 "테슬라는 드라이버의 죽음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시스템은 드라이버에 대한 충분한 주의 환기 노력이 결여됐다는 게 이유다.

섬월트 NTSB 위원장은 당시 "인위적인 과실과 시스템 제어 결함이 합쳐져, 일어나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충돌 사고를 초래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테슬라의 강점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최초의 비난이다. 이노베이션을 기치로 내거는 테슬라로서는 심각한 타격이었다.

테슬라는 이 사망사고 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자동차가 드라이버에게 실시하는 경고를 대폭 늘렸다. 다만 "컴퓨터가 핸들 조작 및 속도 조절을 실시하고, 인간은 이를 감시하면서 필요에 따라 개입한다"는 오토파일럿의 기본적인 조건은 그대로 유지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안전하지 못하며, 길거리에서 사람을 다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인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초기의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해 평소보다 40%나 사고가 적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자율주행 기능이 이전보다 훨씬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NTSB의 조사가 빠르면 1년, 늦으면 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는 시간에도 자율주행 기능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며, NTSB에 대한 머스크의 호전적인 대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