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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브 임상훈 대표 '갑질' 어땠나, 공황장애 진단받은 피해자 호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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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브 임상훈 대표 '갑질' 어땠나, 공황장애 진단받은 피해자 호소 [전문]

셀레브 전 직원 김모씨가 임상훈 대표의 갑질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셀레브 전 직원 김모씨가 임상훈 대표의 갑질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글로벌이코노믹 김현경 기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국민적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신생 벤처기업의 젊은 대표가 이와 비슷한 행태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나 '갑질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주인공은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셀레브(Sellev)'의 대표로, 갑질행태가 폭로되자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비판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조현민 전무 못지않았던 '셀레브' 임상훈 대표의 갑질을 폭로한 사람은 이 회사에 몸담았던 30대 여직원 김 모 씨다. 그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람(임상훈)이 새로운 엘리트라면 단언컨대 한국에 미래는 없다"며 임 대표의 행태를 꼬집었다.

김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임상훈 대표는 직원들에게 매일같이 고성을 질렀고, 여직원들의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심하게 다그쳤다. 이 때문에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임 대표는 오히려 이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나 미친 개인 거 알아 몰라?'라며 직원들을 몰아붙였다.

특히 임상훈 대표는 회식자리에서 직원들에게 많은 양의 술을 강요하고, 얼음을 던져 직원의 입술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심지어 여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려가 접대부를 옆에 앉힌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전 직원 김씨는 "결국 어느날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면서 그제야 회사에서 퇴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근로계약서' 조차 작성하지 않고 하루 14시간씩 근무하곤 했다는 그는 "업로드한 영상의 좋아요 숫자가 안 나오면 연봉을 깎겠다고 매일 협박하는데 정규직이 무슨 소용이냐"며 개탄했다.

김씨의 이 같은 글이 공개되고 온라인에 퍼져나가자 '셀레브' 임상훈 대표는 "처음에는 핑계를 대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시간 저의 모습을 돌아보니 모두 맞는 말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임상훈 대표는 "제가 바뀌어야만 해결이 될 일이고, 저만 바뀌면 될 일이니 회사나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의 회사를 챙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눈가리고 아웅하냐'는 비판을 샀다.
다음은 셀레브 전 직원 김모씨 폭로글 전문.

항공사 재벌 2세의 갑질이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경악하기도 하고 그 회사의 사명에서 '대한'이 국호 사용을 거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차라리 그들은 가진 것이 많으니 잃을 것이라도 있겠지. 스타트업계에서 상대방 얼굴에 물 뿌리는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CEO가 내 싸대기를 올려 붙이고 물병으로 머리를 쳐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해서 혹은 폭로한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을 것 같아서 입 다물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잘못을 한 대도 대한항공만큼의 파급력이 없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이라는 유료 인터넷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목차를 훑다가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와 충격을 받았다.

"경외심은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거에요. 리더십은 대표의 역량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나만 믿으면 잘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대기업처럼 월급 못 줄 바에야, 결국 사람 보고 따르는 거거든요."

그가 만든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나는 하루 14시간을 일했다. 매일 같이 오가는 고성은 직원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서열을 잡기 위함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개를 3마리나 키우고 거기에 서열을 정해 간식을 순서대로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회의실에 여직원을 불러다 성과 보고를 하라며 '니가 뭘 했는데 뭘 했는데 뭘 했는데 우리 회사에 뭘 했는데 뭘 했는데 뭘 했는데에에 말해보라고 말해보라고 말해보라고 니가 뭘 했는데 뭘 했는데' 이걸 15분 정도에 걸쳐 소리 지르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여직원들은 거의 매일 울었다. 그는 그룹사에서 자신을 일컫는 '미친 개'라는 별명을 알고 있었으며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회의실에서 내게 종이를 던지며 '나 미친 개인 거 알아 몰라?'라고 하던 걸 내가 어찌 잊겠는가.

회식날은 대표 빼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시간이었다.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차라리 술만 많이 마시는 날은 나았다. 어떤 날은 얼음을 던져 직원의 입술을 터트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단체로 룸싸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

결국 나는 어느 날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근처 병원에 실려갔고 정신과에선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그걸 회사에 전달하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퇴사 처리가 되었다. 어차피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로 다녔는데 퇴사가 무슨 의미인가. 업로드한 영상의 좋아요 숫자가 안 나오면 연봉을 깎겠다고 매일 협박하는데 정규직이 무슨 소용인가.

이 사람이 새로운 엘리트라면 단언컨대 한국에 미래는 없다.


김현경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