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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뒤늦은 수습, 이번에도 '재탕·땜질'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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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뒤늦은 수습, 이번에도 '재탕·땜질' 처방

-여론 반응 싸늘…진정성 없는 '면피성 사과' 지적 잇따라

(왼쪽부터)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건물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건물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인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이번엔 막내딸 조현민 전무가 ‘물컵 갑질’을 일으켜 수습에 나섰다.
조 회장은 최근 불거진 조 전무의 ‘갑질 논란’에 공식 사과하고 조현아, 조현민 두 딸을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켰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및 준법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에도 대중들은 ‘재탕’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3년 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때와 비슷한 수습이라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현민 전무에 대하여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이 확산되자 3세 경영을 없애 국민의 공분을 가라앉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 및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는 쇄신안을 내놓았다.

◇ 진정성 의심…‘면피성 사과’ 지적 잇따라


조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면피성 사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과문에 조 회장 본인의 거취에 대한 입장은 물론 한진가(家)에 불어 닥친 탈세 의혹, 불법 등기 등 최근 수사 중인 문제에 대한 해명은 빠져 있다.

또한 조 회장은 공식 사과문 발표에 앞서 본사 7층 자신의 집무실 문틈을 실리콘으로 메우는 ‘방음 공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사퇴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지금이야 논란이 확산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영에 복귀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되는 전문 경영인 체제도 진정성을 의심받기는 마찬가지.

지난 2015년 당시에는 외부전문가로 소통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통위원회는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부회장직을 신설해 자신의 최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회장직에 앉혔다.

업계에서는 부회장 역할이 유명무실해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 대표가 부회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석 대표는 조 회장의 심복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장, 경영기획 실장, 미주지역 본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한진해운 대표이자 법정관리인으로 조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의 마무리 작업을 총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아 전 사장 사건 이후 소통위원회 대신 소통광장이라는 임직원 익명 소통 게시판을 마련해 운영해 왔다"면서 "이번에는 목영준 준법위원회 위원장을 토대로 독립적인 외부인사를 포함해 준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준법위원회의 범위, 활동 등을 조속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