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테이크 아웃의 진실] 피코크 물냉면, 을밀대 물냉면 반의 반값…면은 훌륭했다

공유
4

[테이크 아웃의 진실] 피코크 물냉면, 을밀대 물냉면 반의 반값…면은 훌륭했다

‘Peacock(피코크) 국산메밀 물냉면’ 마케팅 이미지와 실제 냉면 모습. 다양한 고명도 살얼음 낀 육수도 없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Peacock(피코크) 국산메밀 물냉면’ 마케팅 이미지와 실제 냉면 모습. 다양한 고명도 살얼음 낀 육수도 없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수습기자] 오늘 점심은 누가 뭐래도 냉면이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모두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하루종일 쏟아내고 있었다. 두 정상의 만찬 메뉴도 관심을 끌었다.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판문점에서 직접 면을 뽑아 상에 올린다니 그럴만도 했다. 오늘 오후 2시쯤, ‘평양냉면’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의 열기는 오프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마포구에 자리한 평양냉면집 ‘을밀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늘 오후 12시 28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을밀대 문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한 회사원은 “40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먹는다고하니 먹고 싶어져 일찍 나와 줄을 섰다”며 “아까보다 줄이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옥류관 평양냉면이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선정됐다. 이날 점심시간, 마포구에 있는 평양냉면집 을밀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옥류관 평양냉면이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선정됐다. 이날 점심시간, 마포구에 있는 평양냉면집 을밀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땡볕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릴 용기는 나지 않았다. 꿩 대신 닭이었다. 가까운 이마트에 들어가 ‘피코크 국산메밀 물냉면’을 하나 샀다. 2인분에 4880원이니 1인분에 2440원. 한 그릇에 1만1000원인 을밀대 물냉면의 반의 반값도 안 됐다.

◇달걀 한 알 같이 삶으면 딱 좋겠네


면, 육수, 겨자소스가 전부였다. 무절임, 오이, 삶은 계란 같은 고명은 없었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면, 육수, 겨자소스가 전부였다. 무절임, 오이, 삶은 계란 같은 고명은 없었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뭐가 더 있겠지 싶어 봉투를 뒤집어보기까지 했다. 1인분에 면 1개, 육수 1봉지, 겨자소스 1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냉면집에서 냉면을 주문하면 면 위에 살포시 올려져 나오는 다양한 고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장지 그림 속 냉면에는 잘 삶아진 달걀 반 알, 고기, 무절임, 배 등 여러 고명이 올려져 있다. 삶은 달걀을 먹다 입안이 뻑뻑해질 때 쯤 시원한 육수를 들이켜지 못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면 삶을 물을 불에 올리면서 달걀도 한 알 삶아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차갑지 않은 육수
미지근한 육수는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면의 냉기까지 빼앗아 갔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미지근한 육수는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면의 냉기까지 빼앗아 갔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육수 맛은 무난했다.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모두가 아는 냉면 육수맛에 가까웠다. 시원하지 않은 육수가 아쉬웠다. 오래된 냉면집에 가서 “물냉면 하나 거냉으로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얼음장 같지 않은, 약간 차가운 냉면이 나온다. ‘피코크 국산메밀 물냉면’ 육수는 거냉에서도 더 나아가 미지근한 느낌이었다. 마케팅 이미지 속 육수에는 살얼음이 동동 떠 있었지만, 실제 육수는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면까지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육수를 냉동실에 넣어 살짝 얼려서 먹어야 더 맛있을 것 같다.

◇면은 쫄깃쫄깃


냉기를 빼앗겼음에도 면은 훌륭했다. 포장 뒷면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50초를 삶고 건져낸 면은 쫄깃쫄깃했다. 메밀가루를 밀가루와 섞었다고 하니 글루텐에서 나온 탄력인 듯하다. 메밀가루 함량도 40%로 꽤 높았다. 면 가닥이 한 데 뭉친 탓에 설익어 날 곡물가루맛이 나거나 딱딱한 곳도 없었다.

'시원하게 쫄깃하게’ 피코크 홈페이지에 나온 ‘피코크 국산메밀 물냉면’ 소개 문구다. 반쪽 짜리였다.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쫄깃하기는 했다.


김형수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