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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트 여름 휴가철 숙박대란 오나…직원들 파업 조짐 "성추행으로부터 보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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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트 여름 휴가철 숙박대란 오나…직원들 파업 조짐 "성추행으로부터 보호해달라"

미국 내 메리어트호텔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인화 등으로 일자리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국내 노동자들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유나이트 히어' 페이스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내 메리어트호텔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인화 등으로 일자리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국내 노동자들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유나이트 히어' 페이스북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성수기를 앞둔 메리어트 호텔에 비상이 걸렸다. 하와이·샌프란시스코·보스턴 등 유명 미국 여행지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 직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여름 휴가로 해당 지역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숙소 선정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MICE산업 전문지 미팅앤컨벤션(Meetings & Conventions)은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내 8개 도시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직원들이 노동쟁의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인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나이트 히어’에 따르면 하와이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 7곳, 보스턴의 호텔 8곳을 비롯해 시애틀, 샌디에고, 산 호세, 디트로이트, 오클랜드 등 20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근로계약이 종료됐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6곳의 계약만료일은 다음달 15일이다. ‘유나이트 히어’는 해당 호텔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수천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유나이트 히어’는 ‘메리어트 여행 경보(Marriott Travel Alert)’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새 근로계약 협상에서 메리어트에 안전하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쟁의 기간 중 자신들의 주장을 실은 전단을 배포하거나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리어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거리로 나가 임금 인상과 더불어 성추행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리어트의 웨스틴 보스턴 워터프론트(Westin Boston Waterfront) 호텔에서 오랫동안 웨이트리스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코트니 레오나드(Courtney Leonard)는 ‘유나이트 히어’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나는 매일 호텔까지 100마일(약 161킬로미터)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직장에 조금 더 가까운 곳이나 내가 자란 보스턴 남부에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코트니 레오나드는 지난 9일 미국의 컨벤션·회의 전문매체 미팅스 투데이(Meetings Today)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흘 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손님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움켜쥐었다. 경영진은 ‘그는 이곳을 찾아온 고객이다. 우리가 그 일과 관련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녀는 메리어트가 직원들의 안전을 등한시한다고 질타했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메리어트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사안이다. 메리어트 노동자들은 셀프체크인 키오스크가 들어서고 로봇이 룸서비스를 배달을 맡게 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도 메리어트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이런 직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안면인식 호텔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중국 항저우 메리어트 호텔 첸장(Hangzhou Marriott Hotel Qianjiang)과 싼야 다둥하이 베이 메리어트 호텔(Sanya Marriott Hotel Dadonghai Bay) 두 곳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에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유나이트 히어’는 지난 3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남미 등에서 일하는 메리어트 노동자들과 스위스 제네바 시내를 행진하며 메리어트에 성추행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5월초에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메리어트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의견을 밝혔다. 전 세계 메리어트 노동자들이 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인화는 일자리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한국 내 메리어트 호텔에 무인기기 도입이 가시화되면 국내에서도 노동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유나이트 히어’의 대변인 레이첼 검퍼트(Rachel Gumpert)는 지난 6월 27일 미국 타임지가 발행하는 경제 잡지 머니(Money)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 노동 조건은 물론 산업 전반의 기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