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STX조선과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급)을 두고 수주 경쟁을 펼친 현대미포조선이 수주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조선업체가 아닌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로 물동량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모두 지난 5월 말쯤 체결한 계약으로,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내주지 않아 계약이 자동 취소됐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 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을 했을 경우 수주를 의뢰한 회사에게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환급해준다고 보증해주는 제도다.
통상 선주와 LOI를 맺으면 산업은행이 수주 허가를 내줘야 한 달 안에 본계약이 성사되고, 본 계약을 맺은 뒤 두 달 안에 RG 발급을 받아야 계약이 최종 확정된다.
그런데 STX조선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STX조선에 RG 발급을 승인해 주지 않아 신규로 확보한 일감을 줄줄이 놓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이 놓친 먹잇감을 현대미포조선 혹은 중국 조선업체가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STX조선은 현재 50K DWT MR 탱커 1척당 3700만 달러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선박 사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현대미포조선은 이보다 약간 더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현대미포조선의 거래 금액이 부담될 경우 아예 중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중국 조선업체의 기술력이다. 한국 조선업계보다 떨어진 기술력으로 인해 선주들 마음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도 거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일본 선사로부터 MR급 선박 5척을 수주한 바 있다. 그동안 파나막스(5만~8만 DWT)급 이상의 선박만 건조해왔던 삼성중공업이 중형 유조선을 수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주 절벽으로 인해 일감이 부족한 만큼 적정선가를 내세워 수주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 자체만 생각하면 빨리 RG를 발급해 영업활동을 도와주는 게 맞지만, 국내 조선업계 경쟁력과 적정수순의 선가 기준을 생각하면 산업은행이 신중하게 RG 발급을 승인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