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독교가 천주교야, 멍청하네~" 아시아나항공, 신입승무원 교육의 민낯

공유
2

"기독교가 천주교야, 멍청하네~" 아시아나항공, 신입승무원 교육의 민낯

- 전직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인신공격 발언, 강압적인 분위기에 힘들었다" 폭로
- 아시아나항공 "인신공격 발언 금기…'교육생 존중' 교육 방식으로 진행중"

아시아나항공이 신입 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교관들이 인신공격 발언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블라인드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아나항공이 신입 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교관들이 인신공격 발언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블라인드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신입 승무원 교육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교관들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승무원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신입 교육 시절 교관의 인신공격 발언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고, 불합리한 교육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폭로했다.
A씨는 스스로 소개하길 6년 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했다가 회사 측의 호된 신입 교육을 견디다 못해 퇴사 후 대한항공에 입사한 현직 승무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태움 얘기에 과거 아시아나항공 신입 승무원 교육 시절 받은 상처가 떠오른다"고 운을 뗀 뒤 "아시아나항공 입사 후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체대나 군대도 아닌데 교육기간 내내 90도 인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면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한테 인사를 해야 해서 화장실 갈 때마다 ‘안녕하십니까’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교육 시간 동안 자세 유지 등 강압적인 분위기도 이어졌다. 교육 시간 내내 다리는 11자로 모아 좌나 우 한쪽으로 옆으로 모은 다음 손은 항상 무릎 위에 둬야하는 등 자세유지 명령이 있었던 것.

만약 필기한다고 손을 책상에 두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면 교관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앞으로 불러내 큰소리를 혼을 낸다고 밝혔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교관들은 웃으면서 강의하다가도 손을 책상 위에 두거나 발모양이 무너지면 정색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특히 자세 지적을 당할 경우에는 교육이 끝난 뒤 남아서 일명 ‘빽빽이’라 불리는 깜지를 쓰기도 했다. 깜지는 흰 종이에 글씨를 빽빽이 써넣어 흰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깜지를 쓰는 내용은 주로 교육 관련 내용이 아닌 ‘손을 올려두지 않겠다’ ‘죄송하다’ 등의 사소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육 도중에 교관의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다.

그는 교육 중간에 교관들로부터 종교 관련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 종료를 묻는 질문에 손을 안들었더니 손 안든 사람 뭐냐는 괴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천주교라서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해명하자 교관은 “진짜 멍청하다 너네~ 천주교가 기독교야~ 어떻게 합격한거야?”라며 인신공격 발언을 했다고 털어놨다.

교관들은 또 신입 승무들에게 "너희들은 학생이 아니라 이제 사회인"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학생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고 폭로했다.

교육 기간 내 퇴근은 보통 10시 이후일 때가 많았다. 그는 "교육 받는 첫날 담당교관이 빠르면 8시에 퇴근한다고 했는데 퇴사 후 남은 동기들 통해 들은 말로는 대부분 밤 10시 이후에 퇴근했다"고 말했다.

퇴근이 늦어진 건 교육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박삼구 회장을 위한 환영 및 감사인사 준비, 플랜카드 제작 등 이른바 ‘기쁨조’ 준비로 인해 퇴근이 늦어졌다고 털어놨다.

글쓴이는 교육받는 몇 주 동안 인신공격성 발언과 괴성을 수차례 듣고 견디다 못해 퇴사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댓글에는 아시아나항공 신입 승무원 교육 과정과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신입 승무원들은 입사 후 약 3개월 간 서비스 교육과 안전 훈련등을 받는다.

현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이라고 밝힌 B씨는 "나도 입사 6년차 승무원이지만 인격 모독은 잘 모르겠고, 깜지경위서, 박삼구 회장 방문으로 인한 준비사항, 자세 유지 명령 등은 인정한다"고 공감했다.

한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초 여승무원을 희롱했다며 ‘미투’ 논란이 일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기내식 사태로 불거진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가 퍼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시아항공 관계자는 "신입교육 폭로와 관련해서는 사실 파악이 어렵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신입사원이라도 인격적으로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금기시 하고 있고, 현재도 교육생을 존중하는 교육 방식으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