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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신이 처음 만든 꽃-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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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신이 처음 만든 꽃-코스모스

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가을 문턱에서 귀한 꽃차 선물을 받았다. 이천에 사는 지인이 보내온 택배 상자엔 보랏빛 팬지와 붉은 천일홀, 그리고 황화코스모스 꽃차가 세 개의 예쁜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정성으로 손수 덖어 만든 그 꽃차를 마실 때마다 마음까지 향기로워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아침마다 꽃차를 끓이는데 찻잔에 황화코스모스 두어 송이 넣고 끓는 물을 부으면 노을빛으로 우러나는 꽃빛이 그리 고울 수가 없다.

황화코스모스 꽃차는 칼슘이 함유되어 있어 어린아이나 여성에게도 좋고 눈이 충혈 되거나 안구통에 효험이 있고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꽃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기로운 꽃차가 되어주기도 하니 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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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어느 시인은 ‘국화가 없으면 가을도 없다’고 했다지만 가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꽃은 아무래도 코스모스가 아닐까 싶다. 쪽빛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을 타고 무리지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춤사위는 가을 서정을 느끼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환영하듯 색색의 꽃들이 바람을 타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준다. 가녀린 꽃대에서 피어난 꽃들은 보석처럼 다양한 색을 자랑한다. 고귀한 흰색을 비롯하여 분홍, 빨강, 보라 등 화려한 색조를 뽐내며 한데 어우러져 자칫 칙칙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가을을 밝고 명랑하게 장식한다.

코스모스는 국화과에 속하는 멕시코가 고향인 신귀화식물이면서 탈출외래종으로 분류된다. 본래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18세기 말, 스페인 식물학자 안토니가 스페인에 들여오면서 코스모스라 이름지었다 한다. 코스모스(cosmos)는 희랍어로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chaos)와 대응되는 말로 ‘질서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우주’를 뜻하는데 미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한 치 오차 없는 우주의 질서’라고 한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우리말 이름은 ‘살사리꽃’이다. 아마도 산들바람을 타고 살래살래 고갯짓 하는 모습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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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코스모스는 신이 처음으로 만든 꽃이라 한다. 처음 만들다보니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만들다 보니 종류도 많고, 색상도 다양해진 것이라 한다. 코스모스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쯤이라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화훼식물로 들여왔지만 지금은 화단을 벗어나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을꽃이 되었다.

꽃은 분홍색을 비롯하여 흰색, 진홍색 등 다양한 색으로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에 걸쳐 핀다. 원래 코스모스는 단일성(短日性) 식물이다. 단일성이란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식물로 코스모스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요즘은 품종 개량으로 여름에 피는 꽃도 있다. 최근엔 노랑코스모스까지 들어와 널리 재배되면서 코스모스의 색깔이 더욱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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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산을 내려오는 단풍의 속도보다 온도계의 하강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농촌의 들녘이나 국도변에서, 혹은 간이역에서 가을의 정취를 듬뿍 자아내며 많은 이들의 시심을 자극하던 코스모스도 머지않아 질 것이다. 곳곳마다 코스모스 축제가 한창이다. 가을엔 단풍구경이 제일이라지만 시간 내어 단풍 구경을 떠날 수 없다면 잠시라도 짬을 내어 코스모스 축제장을 찾아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길을 걸으며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면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이 될 테니까 말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