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달 초 네달란드 금융 당국에 ASML 지분을 3% 이하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2012년 지분 15%를 확보한 이후 6년 만에 매각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반도체 제조사는 미세 공정일수록 회로 형성을 위한 공정 수가 줄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같은 면적으로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하며, 전력 효율을 향상시킨다. 저전력·고성능을 요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EUV 장비가 필수로 꼽힌다.
인텔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가 지분 투자를 나선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인텔은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31억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7억7900만 유로를 쏟아 지분 3%를 인수했다. TSMC도 지분 5% 인수에 8억3800만 유로를 썼다.
더구나 ASML은 EUV가 주목을 받으면서 급성장하는 회사다. 2013년 10월 18일 92.84 달러에 그치던 주가는 지난 15일 173.35 달러까지 뛰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22억9000만 유로, 영업이익 5억4000만 유로를 올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또한 ASML이 성장하는 시점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지분 1.45%(630만주)를 6억8100만 달러(약 7500억원)에 팔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지분 매각은 자산 효율화를 위한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라며 “화성공장에 EUV가 예정대로 도입됐듯 ASML의 협업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2월 화성공장에 EUV 라인 기공을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으로 시험 생산을 거쳐 이후 2020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구체적인 연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10나노미터(nm)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EUV 도입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10nm 공정 개발에 진도를 못 내면서 앞서 구상한 로드맵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마크 리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2021년까지 7nm 노드 EUV 공정 도입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