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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슈퍼컴 HW-SW 분리 개발,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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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슈퍼컴 HW-SW 분리 개발,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엔비디아 부사장 “세계적 추세는 함께 개발하는 것...합리적 의구심”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 한국 슈퍼컴 개발에 조언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이 6일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사의 기술 솔루션과 활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이 6일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사의 기술 솔루션과 활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슈퍼컴을 인공지능(AI)과 분리해 개발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 정부가 슈퍼컴(HPC)과 AI를 분리해 개발한다는 데 대한 합리적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함께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둘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엔비디아 부사장은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본지 기자가 “한국에서는 1000억원을 들여 10년간 HPC(실제 슈퍼컴)를 만들고 있는데 HW와 SW를 분리해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 4월 1000억원 규모의 HPC사업단 출범을 발표했다. 슈퍼컴 개발을 위해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단에 매년 100억원 내외 개발비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1페타플롭(PF·초당 1000조회 부동 소수점 연산 처리), 2025년까지 3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갖는 슈퍼컴을 만드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사업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연구 재원과 인력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로 나뉜 채 개발이 진행되고 되고 있고 조직간 교류도 적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서 HPC아 슈퍼컴 개발을 주도하고 투자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해밀턴 부사장은 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의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들이 국가 차원의 AI 슈퍼컴퓨터 투자에 적극 나서 관련 자국 제조업체를 돕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소규모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AI 슈퍼컴퓨터에 투자하기 힘든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정부가 원한다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큰돈을 들여 슈퍼컴을 구입, 중소·중견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다소 성급한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엄청난 대형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일반 컴퓨터 성능도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점, 그리고 국내 연구중심 대학들과 핵심 연구소들조차 슈퍼컴퓨팅 자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슈퍼컴의 뛰어난 연산기능은 원전의 효율적 가동 및 핵융합 연구 등 에너지 분야, 천문학 연구, 기상연구, 해양연구, 자원 광물탐사, 약학, 유전학, 기상연구, 영화 특수효과 작업 등에 활용된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AI에 투자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AI만 따로 분류하고 있진 않다. 엔비디아가 투자하고 있는 모든 R&D자금이 어떤 방식으로든 AI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컴퓨터 게임을 소개하면서 엔비디아의 튜링 소프트웨어에는 딥러닝 슈퍼샘플링(DLSS)이라는 기능이 들어 있는데 이는 컴퓨터 게임을 훨씬 멋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SW(AI) 기술"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딥러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엔비디아의 딥러닝 인스티튜트(DLI)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DLI를 통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2만8000명이 배출됐다"며 "일례로 한국의 SK하이닉스는 AI를 사용해 제품을 검사하고 불량 제품을 찾아내고 수율을 높여 돈을 절약하는 데 적극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응준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현재 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포스텍과 협력해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응준 엔비디아코리아 대표가 6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단회에서 한국내 AI인력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유응준 엔비디아코리아 대표가 6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단회에서 한국내 AI인력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해밀턴 부사장은 "볼보는 차세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드라이브PX페가수스를 사용하겠다고 했다"며 "볼보는 2020년부터 누구도 볼보 자율주행차 때문에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고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엔비디아는 먼저 자사의 전반적인 AI·딥러닝 솔루션과 활용분야를 소개했다. 소개된 내용은 최근 열린 GTC(GPU 기술 대회)유럽 2018에서 발표된 ▲빅데이터분석 및 머신러닝용 설계된 '래피즈(RAPIDS) GPU 가속 플랫폼 ▲AI기반 의료기기용 ‘엔비디아 클라라(Clara)’ 헬스케어 플랫폼 ▲튜링 GPU아키텍처 ▲텐서 RT 하이퍼스케일 추론 플랫폼▲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젯슨 AGX 자비에 ▲단일 서버로 2페타플롭스의 성능을 제공하는 DGX-2 등 엔비디아 기술과 이를 적용한 업계 사례 및 시장 동향이었다. 이어 기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해밀턴 부사장은 7일, 8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AI 컨퍼런스(NVIDIA AI Conference) 2018' 기간에 맞춰 방한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간중 서울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인공지능(AI)과 딥 러닝(Deep Learning) 분야의 최신 기술 트렌드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엔비디아 AI 컨퍼런스(NVIDIA AI Conference) 2018'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삼성SDS, 네이버, SKT,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LG CNS, KAIST, KISTI, ADD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AI 관련 기업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등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딥 러닝, 자율주행, 자율기계, 고성능컴퓨터(HPC) 및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등 5개 주제 하에 최신 기술 트렌드와 산업별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약 40개 세션이 진행된다.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은 그래픽칩(GPU)기반의 고성능컴퓨터(HPC) 및 슈퍼컴 개발과 이를 AI에 적용하는 연구 및 상용화에 있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엔비디아의 솔루션 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고객 및 파트너사와 협력해 세계최고 수준의 엔드투엔드 인공지능(AI),딥러닝(Deep Learning), 전문 시각화 및 고성능 컴퓨터(HPC)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엔비디아에 합류했으며 그 이전에는 HP의 하이퍼스케일 사업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HPC 및 데이터센터그룹에서 각각 근무했다. 또한 미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위한 HPC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미국의 항공우주기기,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TRW에도 몸담은 바 있다. UCLA에서 수학및 컴퓨터과학 학사,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