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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일(11월 11일)에 파리가 양귀비 꽃으로 뒤덮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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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일(11월 11일)에 파리가 양귀비 꽃으로 뒤덮인 이유는?

실제 플랜더즈 들판의 양귀비 꽃의 모습.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실제 플랜더즈 들판의 양귀비 꽃의 모습.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지난 11일(현지 시간) 파리에는 70명의 세계 정상들이 모였다. G20이나 ASEM 정상회담 참석 정상 수보다 훨씬 많다. 이들이 파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11월 11일이 곧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매년 11월 11일은 유럽의 '현충일'이다.

그런데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11월을 전후해 양귀비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심지어는 양귀비꽃 화환까지도 바쳐진다. 왜 하필 양귀비 꽆일까. 양귀비는 흔히 마약의 원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하필 그 꽃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캐나다군의 군의관 존 맥크래가 벨기에의 이프르 전선에서 전우의 죽음을 기리며 쓴 시 '플랜더즈 들판에서'로부터 유래한다. 실제 플랜더즈 들판에는 양귀비꽃들이 엄청나게 많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어린이 놀이터를 걷다가도 흔히 발견하는 꽃이 양귀비 꽃이다. 아마도 '플란더즈의 개'도 이 양귀비 꽃들을 밟으며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플랜더즈 들판에서 피는 양귀비로는 마약을 정제해 낼 수 없다고 한다. 특히나 이 품종은 관상용 꽃 양귀비, 혹은 개양귀비로 불리는 꽃으로 마약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양귀비 꽃이다.

어쨌든 플랜더즈 들판에 수많이 피어있는 그 양귀비가 이제는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되었다. 11월에 유럽에서 비지니스 미팅이 잡혀 있다면 1유로짜리 양귀비 꽃을 가슴에 달고 가는 것도 적어도 1유로어치 값어치는 하게 될 것이다.

플랜더즈 들판에서

존 맥크래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이 피었네
줄줄이 서 있는 십자가들 사이로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기 위한 것

그리고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소리 있어 그 노래 잘 들리지는 않네.

우리는 이제 운명을 달리한 자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

지금 우리는 플랜더즈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우리의 싸움과 우리의 적을 이어받으라.

힘이 빠져가는 내 손으로 그대 향해 던지는 이 횃불

이제 그대의 것이니 붙잡고 높이 들게나.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가 저 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