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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증시, 말만 믿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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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증시, 말만 믿으라고?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요즘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개인투자자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개월만에 한때 2300선을 넘던 코스피가 2100선 아래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예상 밖 단기급락으로 개인들은 꼼짝없이 묶인 형국이다.

이번 증시급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투자자다. 외인이 지난 10월 상장주식 순매도규모는 무려 4조6380억원에 달한다. 이는 5년 4개월만 최고치다. 지난 7월 이후 석 달간 '사자' 행진을 보였으나 넉달만에 매물폭탄으로 국내증시에 안녕을 고한 셈이다.
기관투자가는 어떨까? 기관은 전체적으로 사자로 대응했다. 하지만 순매수규모는 1조7887억원으로 외인의 투매를 기관이 받아내기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의문이 있다. 증시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증시는 저평가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기관이 투매상황에서는 왜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느냐다.

기관 위의 기관인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에 영향을 미치는 시어머니는 금융당국이다.

당국은 증시패닉 때마다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에 대해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관점에서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에 대해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볼 때 최근의 반응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분명히 있다"며 “한국 주식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약 42% 저평가돼 있으며 신흥국 시장에 비해서 신흥국 시장에 비해서도 약 26% 낮은 실정이다”고 수치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다른 기관투자자인 증권사는 이보다 더 목소리가 높다. 한 리서치 보고서는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2011년 9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 증시 급락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저가매수를 권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증시가 싸다’는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관 스스로는 국내주식에 지갑을 크게 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이미 2019~2023년 중기자산배분 안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15% 수준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익률제고를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마스터플랜도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식비중을 축소하는데, 당국이나 기관은 외국인에 팔지 말고 더 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당국이나 증권가의 말대로 한국 증시 저평가를 확신한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말 싸다면 공격적으로 주식을 더 사는 게 맞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외국인에게도 ‘한국증시 저평가’에 믿음을 준다. 지금처럼 허무하게 외인이 이탈할 가능성도 낮아 진다. 기관의 언행일치의 매매가 수급적으로 허약한 국내증시의 체력을 튼튼하게 만들길 기대해본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