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위기’가 또 닥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민부도의 날’이 될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어렵다. 퇴직금은 언제부터인지 ‘중간정산’이다. 그 때문에 퇴직금 까먹으며 버티기도 힘들어졌다.
②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자영업이라도 할 수 있었다. 실직자들은 퇴직금을 장사밑천으로 음식점, 라면가게를 차리기도 했다.
지금은 그 경쟁이 간단치 않아졌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쳇말로 10명이면 9명은 망하고 있다. 빚 얻어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은 빚만 고스란히 남는다. 또는 빚이 더 늘어난 채 문을 닫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기준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0.2%나 감소, 반 토막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③ 게다가, 중산층이 홀쭉해졌다. 소비계층은 주로 중산층일 수밖에 없다. 빈곤층은 소비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빈곤층만 많이 늘어났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4.6% 늘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는 부유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 그 다음 계층인 4분위는 5.8%가 늘었지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되레 7%나 감소했다. 하위 20%는 일자리도 16.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암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쥐꼬리 수입으로는 이자 내기도 바쁘다. 수입으로 빚을 해결하기 힘든 서민들은 빚을 얻어서 기존 빚을 갚아야 할 판이다.
⑤ 고용 형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이다. 청년실업은 말할 것도 없다. 늙은이는 ‘호구지책’을 해결하기 위해 젊은이와 일자리를 다투고 있다. 구직자 가운데 88.4%가 구직난 때문에 질병까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도 있었다.
⑥ 소득이 빠듯하고 취직이 어려운데 소비가 늘어날 재간은 없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울상이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 축소→ 기업 매출 감소→ 재고 증가→ 투자 위축→ 생산 감소→ 고용 더욱 악화.”
⑦ 이런 상황에서는 이른바 ‘가진 자’도 껄끄러운 생각이 들 수 있다. 겁나서 소비할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유층은 돈을 쓰지 않고 IMF 때 그랬듯, 높은 수익을 찾아 돈을 굴릴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⑧ 경기가 언제쯤 풀릴지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성장률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살림을 오그리고 있다.
⑨ 그러면서도 세금은 더 걷고 있다. 국회가 469조5752억 원의 ‘슈퍼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그 예산은 국민이 바친 세금을 거둬서 집행될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면 서민들은 살림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