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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화웨이 야망 꺾자" …전 세계적 '反 화웨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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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화웨이 야망 꺾자" …전 세계적 '反 화웨이' 가속화

美·日 등 경쟁사 사욕 숨어 있나 …고객 선택 폴 줄어 되레 가격 상승 부채질 우려

反 화웨이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소비자 집중도가 높은 통신 시장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대두됐다. 자료=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反 화웨이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소비자 집중도가 높은 통신 시장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대두됐다. 자료=화웨이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중국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단적인 움직임은 오히려 소비자 집중도가 높은 통신 시장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가속화되는 '反 화웨이' 움직임은 안전성의 관점을 부각시키며, 최대한 정당화 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소비자들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배제가 당연하며, 개인들의 혜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무감각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결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과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들의 은밀한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화웨이를 배제하는 움직임 속에 미국, 유럽, 일본 등 통신 기업들의 세력이 밀집된 통신 선진국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한다면, 글로벌 통신 시장 경쟁력은 크게 줄어들어 모바일 통신료 상승과 함께 투자자를 급격히 이탈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주 스웨덴 통신 장비 기업 에릭슨의 소프트웨어 버그로 인해 발생한 것과 같은 대규모 통신 장애를 더욱 자주, 다양한 형태로 맞이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통신 장애 사태 후 5일간 에릭슨 주가는 오히려 5% 이상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노키아도 마찬가지였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적인 통신 장애 사태 후 5일간 에릭슨 주가는 오히려 5% 이상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노키아도 마찬가지였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에릭슨 통신장애 후 5일 연속 주가 5% 이상 상승 '기현상'


영국의 이동통신사 'O2'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6일 제4세대(4G) 네트워크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한 사태로 총 7000만여 명에 이르는 양사의 모바일 고객이 영향을 받았다. 이번 통신 장애 사태는 '에릭슨'의 통신 설비를 사용하는 해외 11개국의 통신 사업자도 거의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장애가 발생했다. 문제는 에릭슨 기기가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에릭슨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인증 만료된 소프트웨어의 오류였음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여기까지가 대중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태의 기승전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이한 결과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대규모 실패가 밝혀진 후에는 반드시 해당 업체와 관련 업체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후 5일간 에릭슨 주가는 오히려 5% 이상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핀란드 통신 기기 대기업 노키아의 주식도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올랐다.

이러한 기현상의 원인을 파헤친 전문가들은 경쟁 업체 화웨이에 대한 세계적인 반발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몇 가지 검증 실험에서 소비자의 집중도가 높은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주력 기업을 배제하게 되면, 자칫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화웨이와 중흥통신 등 중국 기업의 구멍을 메우는 것은 에릭슨과 노키아 두 업체뿐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와 중흥통신 등 중국 기업의 구멍을 메우는 것은 에릭슨과 노키아 두 업체뿐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화웨이와 중흥통신 배제하면, 에릭슨과 노키아 배만 불려


여기에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특히 중국 기업처럼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을 배제할 경우 그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따른다. 그 경제적 부담은 대부분 소비자가 짊어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회사 IHS 마킷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모바일 인프라 시장의 28%를 차지했으며,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7%와 23%를, 그리고 중국의 중흥통신(ZTE)이 13%로 뒤를 이었다. 이들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흥통신이 화웨이와 같은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들 두 중국 업체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에릭슨과 노키아 두 업체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강한 경쟁상대가 사라지는 것으로 양사가 누릴 혜택은 매우 클 것이다. 특히 경쟁이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줄이기 때문에 업체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화웨이 사태에서 혜택은 모두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캐나다 통신 사업자인 '텔러스(Telu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화웨이가 저가 제품으로 전 세계 대기업과 경쟁을 시작하면서 디바이스 가격은 15%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점유율을 에릭슨과 노키아에 넘기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역행시킬 수 있으며, 사업자에 의한 네트워크 투자 감소와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쟁자가 줄어들면서 이번에 에릭슨이 일으킨 사태와 같은 1개사에 의한 통신 네트워크 장애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전 세계적인 反 화웨이 움직임 속에 경쟁 업체와 경쟁국의 사욕과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만약 이를 간과하게 되면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소비자들의 피해만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