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로화 탄생 20년 '절반의 성공' 평가 속 국제위상 강화 시련은 진행형

공유
1

유로화 탄생 20년 '절반의 성공' 평가 속 국제위상 강화 시련은 진행형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유럽의 단일통화로 자리매김한 유로화가 새해 1월1일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한다. 한 때 유럽연합(EU)의 붕괴위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미 달러화에 이은 국제통화로서의 지위강화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가맹국들의 재정불안은 여전하고, 유로권 개혁 작업도 난항을 겪으면서 기축통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안정과 신뢰의 확보를 향한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EU의 윤켈 유럽위원장은 “유로는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완전한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더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유로화는 미 달러에 버금가는 국제통화의 지위를 쌓아 올렸지만, 아직도 영향력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의 이란제재 재개로 많은 유럽기업들이 미국을 두려워해 이란으로부터 철수하면서 합의견지를 목표로 했던 EU의 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EU는 통화의 힘을 배경으로 한 외교력에서 미국에 열세라는 것을 보여 준 셈이다. 이렇듯 구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유로의 영향력 증대도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유럽위원회는 12월 유로표시 결제촉진 등 유로화의 역할 강화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하지만 EU의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축통화에 필요한 ‘안정성’이란 큰 과제가 가로 놓인다.

그리스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재정위기 때 통화를 공유하면서, 재정은 각국에게 맡긴다는 약점이 노출되어 유로권 ‘붕괴’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당시 EU는 긴급히 금융지원 틀을 마련해 이들 나라를 뒷받침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12월에는 위기재발에 대응책으로 가맹국을 지원하는 금융안정망인 유럽안정 메카니즘(ESM)의 기능강화를 결정하면서 유로권 공통예산 도입의 검토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공통예산은 주창자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보다 후퇴할 전망을 보이면서 전문가들도 “위기에 대응하기엔 불충분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유로안정 유지에 대한 불안감은 강해지고 있다.

개혁이 난항을 겪는 것은 뿌리 깊은 유럽의 ‘남북 갈등’이다. 독일이나 북유럽 등 재정규율을 중시하는 나라는 남유럽 국가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재정을 허투루 이전하는 방만한 태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엄격한 재정규율이 요구되는 남유럽에서는 EU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세력대두의 계기가 되었다. 최근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한 이탈리아 역시 재정불안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다.

12월 중순 유럽 중앙은행의 드라기 총재는 “유로는 성공했지만 모든 나라에 기대한 이익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유로의 20년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유럽 씽크탱크 ‘브뤼겔’의 에프스타치오 연구원은 유로의 안정을 위해서는 유로권공통의 국채발행 등 “폭넓은 조치가 효과적이지만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